애플이 퀄컴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퀄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성명에서 “퀄컴이 수년간 관련도 없는 기술 특허와 지식재산권 로열티를 강요하는 불공정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400~1000달러에 판매하는데 이들 가격의 5%를 로열티로 퀄컴에 지불했다. 문제는, 애플이 퀄컴칩과 상관 없이 디스플레이 크기를 키우거나 카메라 기능을 고급화해 아이폰 가격을 올렸음에도 똑같이 5% 로열티를 퀄컴에 지불해야 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4.7인치 아이폰6S를 549달러에, 이보다 화면이 큰 5.5인치 아이폰6S를 649달러에 판매하는데, 이같은 가격 차이는 디스클레이 크기때문이고 퀄컴 칩과 상관 없음에도, 두 아이폰 모두 퀄컴에 5% 로열티를 줘 부당하다는 것이다.
애플은 최근 연간 실적에서 아이폰으로만 1367억달러를 올렸고, 840억달러 수익을 거뒀는데 수익의 4분의 3을 아이폰으로 올렸다. 시장조사기업 애심코는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6월 이래 애플이 아이폰으로 거둔 매출은 9800억달러에 달한다.
애플의 이번 소송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17일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퀄컴을 제소한 뒤 나온 것이다. FTC는 소장에서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비싼 라이선스를 구매토록 강압하는 영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조사했던 FTC는 퀄컴이 애플에 자사의 칩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수십억달러(수조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했다고 결론 내렸다. 퀄컴은 다른 반도체 회사가 애플과 계약하면 자사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것을 우려해 애플이 다른 회사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앞서 퀄컴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애플 소송에 대해 퀄컴은 “애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퀄컴은 “애플이 서로간 합의는 물론 우리 기술이 특허시스템을 통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에 기여한 가치를 고의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젠버그 퀄컴 부사장은 “애플의 근거없는 주장을 법원에서 가릴 기회를 갖게 돼 환영한다. 애플이 행한 것을 법원에서 모두 밝히겠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