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반도체 중고장비 전문업체 서플러스글로벌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이 회사는 상장 과정에서 공모한 자금을 반도체 중고장비 클러스터 사업 운용과 소규모 장비 파츠 업체 인수합병(M&A)에 사용할 계획이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17일 “2025년까지 회사 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서 “대규모 중고장비 유통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현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소형 파츠 업체를 인수해 회사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지난 12일과 13일 양일간 수요 예측한 결과 주당 8000원으로 공모가를 최종 확정했다. 공모 발행주식수는 440만주, 총 공모 자금은 352억원이다. 청약 과정을 거쳐 25일 상장한다. 공모가 기준 현재 서플러스글로벌 시가총액은 1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9년간 회사 가치를 7배 가까이 높이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코스닥 진입 일성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중고 반도체 장비 유통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한국, 중국, 대만, 미국에 해외 법인을 둔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TSMC 등 글로벌 톱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중고장비를 구매해 UMC나 SMIC, 동부하이텍 같은 파운드리 업체로 되파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장비 덩치가 큰 만큼 재고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고 장비를 매입, 매각하기 위한 정보 네트워크와 장비의 가치 측정 능력, 구매 전략이 핵심 경쟁력이다. 과거 미국, 일본 소재 금융회사가 리스 형태로 중고 장비를 유통했으나 서플러스글로벌은 시장 진입 초기부터 발빠른 장비 소싱과 앞선 영업력으로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2000년 설립 이후 약 16년간 1만5000대 이상의 중고장비를 시장에 공급했다. 연간 1000대 내외 장비를 판매한다. 경기도 오산, 평택 전시장에 1200여대의 다양한 장비를 재고로 보유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이번에 공모한 자금 중 일부를 활용해 2018년 말까지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통삼산업단지에 중고 반도체 장비 전시, 판매, 부품과 서비스 등 관련 업체를 한 자리에 모으는 대규모 유통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김 대표는 “현재 전시관 대비 2.5배 이상 규모로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면서 “중고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꼭 방문해야 하는 글로벌 허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펌프, 칠러 등 소모품이나 장비 파츠 분야 M&A도 추진한다. 중고 장비 유통 사업에서 파츠 분야는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예컨대 특정 장비 한 대를 분해해 파츠만 따로 떼서 파는 사업모델도 갖고 있다. 올해 한두 곳 정도 파츠 업체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제조 역량을 키워 장비 유통과 생산을 병행하겠다는 것이 김 대표가 그린 성장 로드맵이다. 회사는 최근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용 딥 실리콘 에처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부서를 신설했다. 전체 장비 개발이 아닌 중가 중고장비 골격 일부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단기 성장 전망도 밝다. 서플러스글로벌 지난해 매출액은 100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무려 23.38%다. 김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칩 수요가 늘면서 8인치 중고장비는 공급이 달릴 정도”라면서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 역시 큰 호재”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