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판, 정권 교체, 헌법 개정 등 당면한 정치·사회 이슈가 심각하다. 그러나 이들 과제가 설령 해결된다 해도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요인에 맞서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은 해야 할 것 같다. 경제 주체로서 한국인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첫 번째는 `통일 한국`으로의 시각과 공간 확장이다. 2030년까지 동북아 지형을 보더라도 중국의 굴기와 일본의 부활, 미국·유럽·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패권주의에 맞서기 위해 현재와 같이 분열된 한반도로는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과 북, 보수와 진보 등 갈등을 극복하고 경제 규모 자체를 확장하려는 선택을 해야 비로소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 비용도 막대하지만 앞으로는 분열된 한반도로 인한 기회비용이 기하급수로 증대할 것이다. 통일이 먼 이야기 같지만 통일에 대한 꿈과 열망을 함께하다 보면 불현듯 그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하루아침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통일도 창발로 다가올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선택과 준비를 해야 한다.
두 번째 피할 수 없는 선택은 성공 공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과 같다. 산업화로 `먹고살기 위한` 삶에서 벗어난 우리는 추격자 성공 공식을 따랐다. 그 속에서 우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여는 선발주자(퍼스트 무버) 성공 공식을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추구해 온 빠른 추격자 방식으로는 중국 경제 굴기와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하기 십상이다.
선발주자는 삶의 가치와 방식에서 후발주자와 전혀 다르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산다. 그리고 그 일이 `될 때까지` 함으로써 성공을 일궈 낸다. 비록 계획과 예측이 어려운 극한의 불확실성 속에서 행동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에 그들 삶은 기대와 희망이 함께한다.
그렇다고 한국인 모두가 선발주자로 살아야 하고, 인생 전부를 선발주자로만 살 수는 없다. 경제 축과 인생 중심이 선발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삶과 경제가 이미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경주하는 `새`로 날았다면 앞으로는 스스로 미지 장소를 향해 `서로 격려하고 선두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기러기 비행에 비유할 수 있다. 선발 기러기들이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길을 여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 이후 20여년 동안 작동해 온 성장 모델이 급속히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수출 대기업 중심 성장 모델을 대체할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은 통일 한국으로 확장한 시각과 공간 속에서 수많은 선발주자가 등장해 크고 작은 가치들을 창출하게 만드는 선택이어야 한다. 그래야 좁은 내수 시장과 쪼그라들고 있는 국제 교섭력을 극복할 수 있다.
선발주자의 공통 특징은 극한의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다. 이들 도전 경험은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고 축적돼 지역과 국가로 확산된다. 이러한 상향식 도전과 혁신이 모아져 국부를 창출하는 경제 구조가 `성공 경제`이다. 4차 산업혁명은 성공 경제에 의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