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R&D 거버넌스

차기 정부가 조기에 출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 거버넌스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과학기술 거버넌스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각자의 주장을 펼친다. 한 정부 연구원에서 거버넌스 관련 보고서를 준비 중인 박사는 “10명의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과학기술 거버넌스 논의를 두 차례 했지만, 10인 10색이었다”며 “의견이 전부 달라 하나로 모으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 한국공학한림원 등 과학계 단체에서는 보고서 형태의 `정책집`이나 의견들을 한데 모아 정부에 전달하곤 했다. 탄핵 정국으로 일부는 움직임이 바빠졌고 일부는 여전히 굼뜨다. 공학한림원은 6월에 출간하려던 정책집을 3월 출시로 앞당겼다. 대과연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의 회장 교체 시기에 있다보니 회장이 교체된 3월에나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회에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등이 주최한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혁` 세미나가 열렸다. 출연연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묶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의 일부 등을 합쳐서 `과학기술혁신·산업통합중앙부처`를 만들자는 주장이 요지였다. 과기계가 제 목소리를 못 내니 엉뚱한 곳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초과학과 산업기술 R&D를 엮어놓으면 지금도 소외당하는 기초과학이 묻힐 가능성은 커진다. 과학계 일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모델이다.

전자신문은 `연구개발혁신부(가칭)`를 만들어 미래 R&D 로드맵을 제시하고, 각 부처에 흩어진 R&D 기능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여기에도 이견은 따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형태가 부처는 아니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R&D 컨트롤 타워에 확실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대응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번 정부처럼 1년 반만에 과학기술전략본부의 수장을 세 번이나 갈아치우고, 과학기술전략회의를 만들어 전략본부를 허수아비처럼 만들어선 안 된단 뜻이다. 그래야 R&D 정책 하나를 추진해도 제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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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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