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48> 솔루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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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팀은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변호사로 경력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얼마 전 팀은 아버지한테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이 집안 남자가 성인이 되면 `시간 여행`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몇 년 후 결혼한 팀에게 포지가 태어난다. 그날 여동생 캐서린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남자 친구와의 불화와 실패, 그리고 음주운전 끝에 일어난 일이다. 팀은 과거로 돌아간다. 캐서린의 삶을 바로잡고 원래의 현재 시간으로 돌아왔을 때 포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무언가를 다시 선택한 순간에 시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팀은 캐서린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대신 캐서린의 삶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시간으로부터.

코라 밀라노는 의료장비 제조 업체 보시에파오라의 영업 담당 이사다. 회사 사정은 괜찮다. 그러나 오래된 고민거리가 있다. 경쟁 탓에 가격을 낮췄다. 회사는 가격 함정에 빠졌다.

어느 날 한 심장병 전문의가 말한다. 고객과 교감이 부족하다는 것. “어떤 제품이든 말하세요. 뭐든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 답은 제품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

그의 말처럼 제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단지 환자가 매일 아침 자신의 혈압을 잴 수 있는 간단하고 저렴한 혈압계가 필요했다. 측정된 혈압 정보는 병원에 원격 전송하면 했다. 고객 만족을 높이는 새로운 뭔가를 먼저 제안할 필요도 있었다.

코라는 새로운 판매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다. 제품과 함께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터치 포인트`라고 부른 새 방식은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고객의 60%는 자선 병원이거나 가격에 민감했다. 경쟁자들은 가격을 낮추고 있었다. 어떤 제품은 40%나 할인됐다.

산업은 가격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고객 가치를 팔려 하지만 시장은 최소 비용을 따라 움직인다. 보시에파오라는 `솔루션 판매(solution selling)` 방식을 포기해야 할까. 어떻게 할인 함정(discount trap)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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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모크 존슨앤드존슨 가격 담당 이사와 난다쿠마르 자이람 콜럼비아아시아 인도병원 이사장은 몇 가지 조언을 남긴다. 첫째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하라. 과거 의료기기 시장은 `관계 판매(relationship selling)`가 대세였다. “내년에 5%쯤 오를 것”이라는 영업직원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 구매 담당자에게 이런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 같은 성능이라면 가격은 매년 떨어져야 정상이다.

둘째 `가치 기반 가격(value-based pricing)` 방식을 배우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가격 낮추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셋째 제안에 앞서 가치를 증명하라. 새 방식은 몇몇 준비된 고객에게는 성공을 거둔다. 대부분의 고객 설득에는 실패한다. 자이람 이사장은 더욱 신중하게 가치를 분석하라고 한다. 파일럿 테스트를 하고, 고객 만족도 정보를 모으라. 의심 많은 고객일수록 새로운 제안이 효과가 있는지 보여 줘야 한다.

짧막한 가상 사례에 조언을 남긴 여러 전문가들의 진단에는 공통된 것이 있다. `솔루션 방식`은 추구할 가치가 있다. 의료기기를 판매하던 것에서 훈련을 제공하고, 환자를 교육하고, 수술비용을 할부로 갚는 금융상품을 제안한다. 가격, 마케팅, 기술을 모두 아는 다기능팀을 만든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팀이 깨달은 것처럼 어떤 선택은 미래의 방향을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는 것 자체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이람 이사장이 말하는 솔루션 판매 방식은 `가치 기반 가격`이나 `가치 판매(value-selling) 방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떻게 부르든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어쩌면 가격 경쟁과 할인 함정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선택일지 모릅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