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 가상현실(VR)에서도 차갑거나 뜨거운 감각을 느끼는 기술을 개발한다. 개발된 기술은 의료기기, 전자상거래, 휴대전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관련 제품은 2019년에 상용화된다.
인천성모병원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여성병원(유승식 교수) 등과 공동으로 `VR에서 뇌 자극을 활용한 감각 연구`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프런티어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지원으로 이뤄졌다.
지난 2014년 연구가 시작돼 지난해 `실감 교류를 위한 뇌 자극 기술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VR에서 감각을 느끼는 뇌 지도를 개발했다. 뇌 어느 부분이 차갑고 뜨겁게 느끼는지 파악했다. 2019년에 기술 개발을 완료한다.
VR에서 움직임은 팔과 다리에 별도의 장비 착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용자가 VR 속에서 겪는 감각은 느끼지 못한다.
정용안 인천성모병원 연구부원장은 “현재 VR는 특정 상황에서 보고 움직이는 단방향 형태”라면서 “감각을 느끼는 기술이 적용되면 VR와 상호 작용하는 시대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연구되고 있는 VR 감각은 냉감(차가운 느낌), 온감(따뜻한 느낌), 역동감(움직이는 느낌), 진동감(충격 등 느낌) 등이다. VR 감각은 헬멧을 쓰고 해당 감각을 느끼도록 뇌에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비침습 방식으로 뇌에는 직접 자극을 주지 않는다.
개발이 완료되면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다. 인천성모병원은 계열 국제성모병원에서 의료기기를 상용화한다. 파킨슨병 등 뇌질환 치료 의료기기에 적합하다. 정 부원장은 “기존의 파킨슨병 치료는 뇌에 직접 전기 자극을 줘서 떨림을 멈추게 하는 방식”이라면서 “VR 감각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직접 뇌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치료보다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의류 등 제품 재질을 VR 감각으로 느낀다. 온라인 의류 구매 때 `가상 피팅`이 가능해진다. 운동 학습에도 이용된다. 동일한 동작 반복을 몸이 느끼게 해 골프, 수영 등 훈련에 적합하다. 운동·재활치료에도 활용된다. 휴대폰 제조업체는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뇌 자극으로 느끼는 감각을 정밀하게 해야 한다. 차가운 감각은 아주 차가운 것부터 조금 차가운 것까지 강도 구분이 이뤄져야 한다. 뜨거운 감각도 마찬가지다. 진동감도 아픈 수준에서 살짝 흔들리는 감각까지 세분화돼야 한다.
인·허가 절차 등 규제도 상용화 걸림돌이다. 의료기기로 활용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필요하다. 허가를 위해 임상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전자상거래 등에 적용하기 위해 관련된 제도 허용도 요구된다. 정 부원장은 “기술 개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인·허가 등 관련 규제 완화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