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집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픽 디자인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적절히 조율하면 좋은 게임을 만듭니다.”
정종필 청강문화산업대 게임콘텐츠스쿨 교수 말입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드문 테크니컬아티스트(TA)입니다. 디자인과 컴퓨터 프로그램 두 영역을 조율합니다.
“게임에서 100만명 대군을 표현할 때 그래픽으로 모두 그릴지, 프로그래밍으로 카피할지 결정합니다. TA가 가장 효과적 표현을 위해 그래픽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배분해요.”
정 교수는 그래픽 디자이너였습니다. 게임을 디자인할 때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어 SW 코딩을 배웠습니다. 보다 나은 디자인을 위해 영역을 넓힌 것이죠.
디자이너가 된 것은 그림을 좋아해서 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 직접 그리기도 하고 몰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했습니다. 근데 정작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으로 삼지는 못했습니다. 부모님 반대 때문이죠. 정 교수는 보건전문대 환경위생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항상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을 만들었어요. 친구들은 게임 프로그래밍을 하고 나는 디자인을 했어요.”
당시는 대학생 공모전에 출품하는 정도지만, 대학 졸업 후 꾸준히 게임 개발에 참여해 실제 상용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첫 작품은 `충무공전`입니다. 정 교수는 생계를 위해 패스트푸드 업체 매니저로 일을 했습니다. 그런 동안에도 꾸준히 게임 개발에 참여해 `임진록`을 만들었습니다. 임진록2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했습니다. 사이버대를 졸업하고 상명대 문화콘텐츠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TA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정 교수는 게임 TA를 가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국·영·수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게임 자료는 대부분 영어이고, 다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국어를 잘해야 하고, 코딩은 수학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조진표의 진로핵심 포인트]
1.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에서 분야가 결정되고 잘하는 것에서 직무가 결정됩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라`가 아니라 좋아하는 게임과 잘하는 그림이 만나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했습니다.
2. 부모님 반대가 없었다면 일찍 체계적 교육과 지원을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자신이 좋아하면 언젠가는 그 분야에 도전하게 되니 가급적 일찍 도전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3. 부모님 반대와 생계도 게임 열정을 막을 수 없습니다. `과제집착력`이 우수합니다. 뭔가 한 분야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면 먼저 진로 분야로 고려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4. 현 분야에 대한 이해와 열정을 갖고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SW 개발자 영역까지 공부했습니다. 양쪽을 이해해 조율하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전문성을 쌓으면서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융합형 인재 특성입니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한다고 해서 융합형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업분석]테크니컬 아티스트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게임, 영화, 공연 등 문화 산업에서 예술과 기술적 요소를 조화롭게 운용해 최상의 효과를 만듭니다. 기술이 급격히 진보해 공부하지 않으면 쉽게 도태될 수 있는 분야라 직업 안정성은 낮습니다. 하는 일이 창의적이어서 업무자율성이 높고, 성공 시 금전적 보상이 큽니다. 테크니컬 아티스트 장점은 양쪽 분야를 조율하는 해결사라는 점입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많은 사람이 차별 없이 적은 돈으로 문화경험을 즐기게 해준 다는 점에서 사회공헌도는 높습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