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계가 시장진입 필수 관문인 신의료기술평가 통과를 위해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위기의 한의약을 신의료기술평가라는 객관적 잣대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환자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
한약진흥재단은 내년 하반기까지 한의 신의료기술평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30일 밝혔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새로운 의료기술 안정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2007년부터 시행돼 국내외 문헌을 분석한 문헌고찰법과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검토를 거쳐 검증한다. 신의료기술 평가로 허가받은 의료기술만 건강보험 요양급여 목록에 등재된다. 사실상 시장진입 필수 관문이다.
연간 평가를 신청하는 신의료기술은 250여건에 달한다. 심사과정이 까다로워 통과 사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여건에 머문다.
한의약은 시장 진입에 필수인 신의료기술평가에 취약한 상태다. 한약진흥재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신청된 신의료기술은 37건에 불과하다. 전체 신청건수 중 3% 수준이다. 이마저도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은 것은 1건 뿐이다.
한약진흥재단은 그동안 한의약이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대응에 미흡했다고 판단, 활성화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신청과 심사평과 과정에서 한의약계가 겪는 장애요인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도 활성화 방안과 필요시 기존 제도 외에 대안 모형도 도출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위기의 한의약계에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기회다. 양의약계는 한의사마다 제각각인 진료방침, 치료 효과 임상적 데이터 부족 등을 이유로 한의약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신뢰성, 비용, 경쟁과열 등으로 휴·폐업하는 동네의원 중 한의원이 가장 많을 정도로 위기다.
신의료기술평가는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의료기술의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한다. 한의약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면 `비과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난다. 보험급여 혜택을 받기 때문에 `비싸다`는 환자 인식도 개선한다.
상대적으로 과학적 입증에 무관심한 한의사 인식 전환과 심사 시스템 개선이 필수다. 신의료기술평가 신청 현황을 보더라도 한의약은 5%도 채 안 된다. 의료 산업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양의약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한의약 평가가 제한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구성을 보면 양의학계 전문가가 압도적으로 많아 한의약 신기술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한의약과 양의약을 분리해 심사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