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V20가 미국 시장에서 하루 평균 2만대가 판매되는 등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많은 인력을 재배치해야 했던 LG 스마트폰 사업에 모처럼 들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부품 주문도 늘고, 내년 상반기까지 V20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는 올해 유례없는 일이 터졌다. 올 봄 LG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G5는 세계 최초의 모듈형 콘셉트임에도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가을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노트7은 배터리 발화로 출시 50여일 만에 단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두 전략 스마트폰의 실패는 회사 내부 사정을 어렵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출 등 우리나라 전자 산업 부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G5와 노트7 실패에서 V20 선전까지 흐름을 지켜보면 기본기가 중요함을 느낀다. 기초와 기본이 되는 근본 기술을 지키는 것이 이긴다. 삼성전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홍채인식 카메라 등 첨단 기술을 노트7에 접목시켜서 호평을 받았지만 배터리 안전 문제를 소홀히 했다. LG전자는 모듈형 디자인이라는 파격 실험을 했지만 생산과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고배를 들이켰다. 반면에 V20는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된 성능과 진일보한 기능이 오히려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혁신도 품질이라는 기초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기본을 지키는 일은 쉽고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라는 `방심`이 화를 불렀다. 기초와 기본을 소홀히 한 채 새로운 것을 보여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은 건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