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가전, 수량보다 품질 경쟁 시대로…프리미엄 위주 시장 재편 가속

Photo Image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은 전자산업계에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가 이어졌다. 전자 산업도 정체기에 빠졌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 남미와 동남아 등 신흥 시장도 기대에 못 미쳤다.

2017년 시장 양상도 큰 틀에서 올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돌파구는 있다. TV와 가전 분야 전체 시장은 정체 상태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한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B2C)에 비해 안정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전자산업도 저성장 시대…프리미엄이 돌파구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전자 산업 정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침체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 품목인 TV만 해도 시장은 정체 국면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는 세계 TV 판매량이 2014년 2억3492만대에서 지난해 2억2625만대로 줄고, 올해 다시 줄어 2억2251만대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행히 올해 3분기 수요가 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성장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IHS는 TV 시장 역성장이 2020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다른 가전제품도 TV와 상황이 비슷하다. 판매량이 폭증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Photo Image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전망이 밝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희망 어린 부분도 있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TV 시장이 3.7% 역성장했지만 프리미엄 제품인 4K UHD TV는 173% 급성장했다.

폴 개뇽 IHS 연구원은 “지난해 전체 TV 판매량이 감소한 가운데 4K TV 성장은 인상 깊었다”면서 “4K TV 판매량이 3200만대에 달했고, 인치당 단가 상승률도 30%에 육박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4K TV 성장이 이어지면서 금액 기준으로 전체 TV 시장 점유율이 4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TV 시장 대세이던 풀HD를 밀어내고 4K UHD가 대세로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가전도 마찬가지다. 전체 시장은 위축돼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만은 빠르게 성장한다. 프리미엄 이상의 초고급 제품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업계는 일반 가전 대비 프리미엄 시장 성장률이 3배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은 수익률이 좋아 기업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 TV·가전 사업 매출은 예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되레 증가했다. LG전자는 가전과 TV 부문에서 영업이익률이 9%를 넘어서며 두 자릿수에 육박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제품이 가져온 긍정 효과다.

결국 내년 TV와 가전 시장은 프리미엄과 중저가로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프리미엄을 넘어서는 초고급 시장 경쟁도 점화한다. 올해 LG전자가 `LG 시그니처`로 포문을 열었고, 북미 프리미엄 브랜드 `데이코`를 인수한 삼성전자가 내년에 응수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B2B 시장 주도권 경쟁

정체된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 보면 TV는 삼성전자 주도의 `퀀텀닷` 진영과 LG전자 주도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영 간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차세대 퀀텀닷 TV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LG전자도 올레드TV의 진화 모델을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올레드 진영은 최근 업체가 12개까지 늘면서 차세대 TV로 입지를 다져 가는 모습이다.

가전 분야는 프리미엄 경쟁과 함께 기존 기업·소비자거래(B2C) 시장 외에 B2B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의 경우 전체 가전시장에서 빌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고급 영역인 럭셔리 빌트인은 전체 빌트인 시장의 15% 수준으로, 금액으로는 약 12억달러(1조3700억원)의 매력을 끄는 시장이다.

Photo Image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빌트인

삼성전자는 `셰프컬렉션`, LG전자는 `시그니처 키친스위트`를 앞세워 고급 빌트인 시장 잡기에 나섰다. 빌트인 시장은 한 번 계약하면 대규모로 공급하고, 냉장고·오븐·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가전을 일괄 공급하는 장점이 있다.

◇신기술 접목 융합 시장 개척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신기술도 주목된다. 이들 신기술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기존 제품과 융합,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더 기대를 받는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세계 IoT 시장 규모가 2014년 6000억달러에서 2020년 약 1조7000억 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oT로 연결된 기기도 2014년 38억개에서 2020년에는 208억개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다른 시장조사 업체도 수치만 다를 뿐 급격한 성장세를 예상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IoT는 TV나 가전과도 결합,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각각 존재하던 가전을 연결하고, 스마트폰이나 TV 등이 IoT 허브 역할을 맡아 각 기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집 외부에서도 가전이나 기기를 제어한다. 예를 들어 집에 오면서 보일러를 가동하고, 빠른 저녁 준비를 위해 오븐을 예열해 두는 것 등을 할 수 있다.

AI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모든 가전제품과 서비스를 AI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인수하며 이 같은 계획에 힘을 실었다. AI 접목 가전은 제품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 TV 시장 판매량 추이(단위:만대)

자료:IHS

※ 국내 IoT 시장 규모(단위:조원)

자료:산업연구원

[이슈분석]가전, 수량보다 품질 경쟁 시대로…프리미엄 위주 시장 재편 가속
[이슈분석]가전, 수량보다 품질 경쟁 시대로…프리미엄 위주 시장 재편 가속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