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청년 창업, 실패와 재기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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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경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신중경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벤처 창업이 활발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보면, 벤처 집적지별로 특성화된 산업과 대표적인 창업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특성화된 산업과 선도적인 창업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시대별 유니콘 기업들을 생산해왔다. 유망한 벤처기업가 혹은 잠재적 창업자들이 많이 존재해야, 벤처 투자자와 지원기관들이 해당 집적지에서 활동할 동인이 생기기에, 벤처 지원정책은 유망한 잠재적 창업자들의 유입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실리콘밸리만 봐도 최초에 휴렛과 패커드를 필두로 스티브 잡스,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등 뛰어난 창업자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모습이 갖춰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벤처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국가들에서 우수한 창업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 보육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창업지향적 문화가 성숙한 국가에서 이런 우수 인재들이 창업에 서슴없이 뛰어드는 이유는 실패 비용이 높지 않고, 언제든지 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현실을 보자. 우리는 혁신지향적 국가를 지향하는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다른 국가들과 달리 '뛰어난 역량을 갖춘 잠재적 창업자들이 창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중요한 이유는 창업 지원정책 몰입도에 비해 청년층의 관심도 상승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안정지향적 경력관리를 선호하는 현상이 견고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잠재적 창업자들이 창업보다는 안정적 직장에 취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창업을 통한 성공의 기댓값보다 실패의 위험도가 더 큰 사회구조에 있다고 본다. 지금 청년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높은 실패 위험과 재기 불가능한 사회구조에 있다.

그런데 정부 및 지자체의 창업 지원정책들은 대부분 성공의 기댓값을 키워주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 성공중심의 지원정책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이제 정책의 관점을 변화시켜 보아야 할 때이다. 요즘 청년들은 솔직하고 똑똑하며, 정보 수집력이 기성세대보다 높으며, 계획하고 행동하는 데 능숙하다. 이들에게 필자 세대처럼 '일단 성공을 향해 도전하면서 생각하자'는 식의 지원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에는 절대 저항하지도 않지만, 호응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들의 방식으로 쿨하게 냉소를 날리고 만다. 지금 창업 지원정책들이 청년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니, 그들은 냉소적 방관자로 관망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럼 실패 위험 저감과 재기 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실패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 건전한 창업 실패자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재도전 기회 제공, 기술신용 보증 문제, 엔젤투자 활성화, 초기 판로개척, 공정한 시장경쟁, 전문적 지원시스템의 구축 등 해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이 중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정책방안을 세 가지만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창업 실패의 원인 및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창업실패 사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떠한 유형의 실패든 실패를 이야기하거나 분석하기를 꺼리는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회형 창업지원 정책은 필시 창업기업의 실패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제 창업기업들이 실패하는 원인과 실패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기반하여, 교육과 정책수립에 활용해야 한다. 실패 원인에 대한 교육을 통해 청년 창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현명하게 망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해야 창업의욕이 고취될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는 해묵은 이야기지만,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기술보증과 연대보증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작년에 금융위원회는 기술보증시에 창업 5년 이내의 기업에 대해서는 대표이사 개인입보를 세우지 않는 정책 개선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혁신형 창업자 중 창업 5년 이내에 실패하는 기업은 매우 적기에, 이 정책 개선안은 실질적으로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다. 기술신용보증제도는 좋은 제도이지만, 실패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창업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창업자가 보증금액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의 보증체계는 한 번의 실패로 나머지 자기 인생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창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건전한 창업 실패자들이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는 예전 회사에서 재도전 창업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 필자의 상사에게서 '사업에 실패했으면, 막노동 하면서 빚이나 갚아야지. 그런 사람들에게 무슨 재창업을 지원해'라는 대답을 듣고는, 너무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그 프로그램을 포기한 적이 있다. 창업 실패에 대한 이런 인식이 우리 사회의 평균수준이라고 보인다. 이제는 창업 실패자를 잠재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인력으로 봐줄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신용불량자 등록, 세금 체납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 제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건전하게 실패한 기업가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와 정책개선을 기대한다. 나아가 실패 경험자들이 재창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인생을 건 선택에서 한번 이상은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한 번의 선택 실패로 그 사람의 전체 인생이 실패로 귀결된다면, 사람들은 결코 그러한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청년들에게 창업이 인생의 그런 위험한 선택문제인 것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대답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도 낮은 실패 비용과 실패로 인한 자신감 상실을 더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벌어지고 있다. 창업에 실패한 경험을 공유하는 컨퍼런스도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재도전 창업자들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들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 과감히 정책 혁신을 해서 창업 기업들이 우연히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성공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창업이 인생의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과정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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