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거는 블루투스 이어폰, 이걸 없애고 싶어요. 멋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람들에게 제공해 미적 기준을 넓혀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21억7000만원으로 국내 최다 모금액을 기록한 양희욱 정글팬더 대표의 말이다. 그는 “제품을 많이 파는 것을 넘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준을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 대표 이력은 정글팬더 선글라스만큼이나 특이하다. 광고학을 전공하고 대형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다 하드웨어 기기 제조회사를 차렸다. 골전도를 이용한 선글라스라는 특이한 영역이다. 양 대표는 “광고회사와 기술은 그리 먼 영역이 아니다. 최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등이 광고에서 쓰이는 사례가 많은 것처럼 골전도도 광고를 통해 접한 하나의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정글팬더가 생산하는 골전도 선글라스는 보청기 원리와 비슷하다. 사람이 소리를 듣는 과정은 이렇다. 고막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그 떨림을 달팽이관에서 소리신호로 받아 뇌로 전달한다. 골전도 선글라스는 달팽이관을 둘러싸고 있는 뼈에 진동을 주어 소리로 인식하게 한다.
사실 골전도를 선글라스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한 것은 정글팬더가 처음은 아니다. 구글 글래스가 먼저다. 구글 글래스는 골전도뿐 아니라, 카메라, GPS 등 다양한 기능을 넣어 고가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실패했다.
양 대표는 “구글 글래스는 시장에서 실패한 제품이지만 안경을 쓰고 노래를 듣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지금은 선글라스와 블루투스 이어폰 두 가지에 집중해 시장을 공략하지만 앞으로 카메라를 부착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양산품이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존부터 룩소티카까지 해외 다양한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 대표는 “아마존 대쉬가 안경형태 글래스를 만들고 있는데 같이 협업할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면서 “이외에도 전세계 70% 선글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룩소티카와 콘퍼런스 콜을 갖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글팬더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는다. 미국 등 해외시장도 노린다. 현재 미국 LA에 현지 사무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양 대표는 “킥스타터 구입 현황을 보면 미국시장이 70%, 한국 10%, 일본 10% 등으로 나타난다”면서 “국내처럼 선글라스를 패션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미국시장에서 승부를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