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전자파갈등조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은, 전자파 갈등을 방치하면 국민이 안정적으로 통신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자파 갈등은 국민 일상생활을 어렵게하는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곳이 세종시다. 전자파 현장민원을 전담하는 전파진흥협회(RAPA)에 따르면 세종시 신축 아파트는 작년 8월말까지 이통사가 원래 계획한 곳의 48%에만 중계기·기지국을 설치했다. 1년이 지나서야 설치율 98%를 달성했다.
그동안 주민은 집에서 안정적인 휴대폰 통화를 할 수 없어 불편을 겪었다. 지진과 화재 등 긴급 재난 상황 대응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전자파 갈등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지만, 해결이 어려웠다.
미래부는 국제보건기구(WHO) 기준에 명시된 흡수율 기준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다. RAPA 관계자는 “주민과 전자파를 측정하고 안전기준을 설명하면 해결된다”며 “그럼에도 2~3가구 주민 때문에 중계기 설치가 늦어지고,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소송까지 갈 경우 주민불화와 장기간 통신불편 등 금전·사회적 비용 손실이 컸다.
전자파 갈등조정 가이드라인은 이같은 문제를 사전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중립성을 바탕으로 전자파 갈등 조정을 위한 법적 근거와 절차, 운영지침 등 사전 규정을 미리 제시해 분쟁 예방과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이 완성되면 `전자파갈등 조정위원회`가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조정위원회는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를 위원장으로, 공학·의학·법학·변호사·시민단체(녹색소비자연대) 각 2명씩 총 11명으로 구성된 미래부 자문기구다.
조정위원회는 RAPA처럼 현장 민원 해결은 어렵지만,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갈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자파 갈등이 가장 심각했던 지역 사례를 연구해 자체 명의로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시범운영을 했다. 국회와 정부에서 활동하는 40여개 다른 사회갈등조정위원회에 대한 사례연구도 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RAPA 역시 현장 민원 해결을 위한 이론적·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RAPA는 9월까지 대규모 주택단지 213건의 전자파 관련 민원을 접수했다. 사드배치 문제가 논란이 된 지난 8월 이후 민원 건수는 월 50건까지 증가하는 등 업무량이 많아지고 있었다.
다만, 가이드라인과 조정위원회 활동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법적·사회적 권위를 얻는 일이 과제로 꼽힌다. 장준영 조정위원회 위원(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위원회는 연내 가이드라인 운영과 관한 규정을 마련해 민간기구로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추후 운영 과정에서 전파법 내 근거 마련 등 법제화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