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리는 왜 우주벤처인이 없나

역시 그다웠다. 발표는 활기가 있었고, 청중은 환호했다. 지난달 26일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는 엘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자리 같았다. 머스크 연설을 듣기 위해 개막 몇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현장을 지켜본 뉴욕타임스 기자는 “활기 넘치는 록콘서트장이나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를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날 머스크는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화성 식민지` 계획을 자세히 밝혔다. “2024~2025년에 화성에 승객을 태워 보내겠다”고 했을 때는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데 필요한 로켓 개발에 1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펀딩을 받겠다”고 밝혔다.

2002년에 설립된 스페이스X는 미국의 우주개발 대표 민간업체다. `팰컨`이라는 로켓을 만들어서 여러 차례 시험 발사를 했다. 안타깝게 최근 폭발 사고가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팰컨`보다 막강한 `랩스터(Rapstor)`라는 차세대 로켓도 스페이스X는 개발하고 있다.

Photo Image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이 환영 받는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팰컨` 폭발 사고를 지적하며 “원인 규명이나 똑바로 하라”고 각을 세운다. 100억달러 펀딩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 시각도 많다.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장 스콧 페이스는 “가능하지만 가능성은 낮다”며 머스크의 화성 비전을 평가절하했다. 펀딩이 어려워서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을 담았다. 거금이 있어야 하고 논란도 있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화성을 여행할 수 있다니 가슴 벅찬 일이다. 옛날 어르신들 말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았다. 12살 때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블래스터`라 자칭한 비디오 게임을 만들어 500달러에 매각하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중퇴 후 몇 개 회사를 창업했으며,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을 매각해 거금을 손에 쥐었다. 이 돈으로 스페이스X와 태양광 전문 업체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머스크와 쌍벽을 이루는 유명한 `우주벤처인`이 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이자 설립자인 제프 베저스다. 빌 게이츠에 이어 미국 두 번째 부호인 그는 머스크보다 2년 앞서 `블루오리진`이라는 민간 우주개발 업체를 세웠다. 블루오리진은 오는 2018년 일반인 대상 우주여행을 실시할 계획이다. 머스크와 베저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나빈 자인 문익스프레스 CEO 역시 화제를 모으는 우주개발 기업인이다. 민간 기업 최초로 달 탐사에 도전하고 있는 문익스프레스는 최근 미국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았다. 문익스프레스의 목표는 단순한 달 착륙이 아니다. 플래티넘이나 헬륨2와 같은, 달에 있는 희귀 자원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다.

버진 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역시 우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공위성 600개를 띄워서 지구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원웹(OneWeb)의 이사다. 원웹에는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도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민간 기업인이 앞다퉈 우주 개발에 나서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눈을 우리한테 돌리면 `우리는 뭐하고 있나` 하는 한숨이 나온다. 국정감사장에 등장하는 떳떳하지 못한 기업인들이 오버랩된다. 우리 정부는 2019년에 한국형 로켓을 발사하고 2020년에 탐사선을 달에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우주를 이야기하는 기업인이 없다. 우리 가슴에 우주를 향한 불을 지를 기업인이 필요하다.


방은주 국제부장 ejb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