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지연 공시`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오른 가운데 기관투자자가 대여한 주식을 60일 안에 의무적으로 상환하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진다. 개미투자자의 불가항력적 피해를 막자는 취지다.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은 4일 주식을 대여해 공매도하는 기관이 60일 안에 매수 상환하지 않을 경우 자동 매수를 통해 상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14일까지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공매도 증가와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은 개인투자자 피해로 돌아가고, 큰 틀에서 한국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공매도 제도 순기능을 유지하고 역기능을 제한하려면 공매도 상환기일을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논란의 핵에 선 한미약품은 이날 중증 부작용 의혹을 산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허가 취소는 간신히 면했다. 글로벌 임상을 지속해 부작용 해소는 물론 명예회복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부작용 보고시점, 불공정 거래 등 갖은 의혹으로 추락한 기업 신뢰도 회복은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 한미약품 내성 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허가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국산 신약 최초로 `허가 취소` 불명예를 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환자 치료기회 확대 차원에서 허가 유지키로 했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올리타정이 중증피부이상반응을 유발했지만 기존 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환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유익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투약을 중단하면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증세 악화도 고려했다. 기존에 약을 복용하던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다른 항암제가 듣지 않는 환자에게도 치료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증피부이상반응 등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제한적 사용만 허용한다. 의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복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용자 대상으로 전수 모니터링한다. 의사와 환자에게 중증피부이상 반응 발생 가능성, 주의사항을 교육해야 한다.
중증피부이상반응은 심한 급성 피부 점막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약물 투여 후 4~30일 이내 증상이 발생한다. 올무티닙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증표피독성괴사용해증(TEN) 2건, 스티븐스존스증후군(SJS) 1건 등 총 3건의 중증피부이상반응을 일으켰다. 이중 TEN 반응 발생 환자는 사망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신규 환자 처방을 제한했다. 설상가상 85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베링거인겔하임 마저 권리반환을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부작용 논란에도 글로벌 임상을 계획대로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약 개발과정에서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며, 의심사례만으로 개발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무티닙 중증피부이상반응은 다른 항암제나 간질약, 통풍약 등 다양한 약물에서도 발견된다. 시판 중인 올무티닙에서는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는 상황에서 허가 취소는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으로 승승장구하던 한미약품은 물론 제약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부터 1조원대 기술수출로 국가대표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5년간 6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신약개발에 쏟아 부으며 기술개발을 선도했다. 하지만 올 4월 올무티닙 부작용 사망 사례가 보고되며 제동이 걸렸다. 심지어 환자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난 시점에 보고한 점, 베링거인겔하임 기술반환 늑장 공시 등으로 안전성은 물론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한미약품을 선례로 해외진출을 시도한 타 제약사도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태로 정부 지원, 기업투자 등 뜨거웠던 국내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기회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업 지원정책과 기업 투자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