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사업 계획서를 인공지능(AI)에게 보여줘도, 힌디어로 물어본 사람은 따뜻한 격려를 듣고 러시아어로 물어본 사람은 냉정한 지적을 받는다. 앤트로픽(Anthropic)이 2026년 7월 13일 공개한 보고서 '클로드의 모델·언어별 가치관(Claude's Values Across Models and Languages)'은 같은 AI라도 어떤 모델을 쓰고 어떤 언어로 말을 거느냐에 따라 드러내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약 31만 건의 실제 대화 분석으로 확인했다. 이 AI 언어별 성격 차이는 AI를 '하나의 고정된 인격'으로 여겨온 통념을 뒤집는다. 어떤 AI에게 어떤 언어로 질문하느냐가 답의 온도를 바꾼다면, 그 선택은 곧 우리가 받는 조언의 질과 직결된다.
힌디어엔 다정하고 영어엔 깐깐한 AI의 두 얼굴
앤트로픽 연구진은 클로드(Claude)가 대화에서 드러내는 3천여 개의 가치를 네 개의 '가치 축(Value Axis)'으로 압축해 분석했다. 가치 축이란 AI가 표현하는 수많은 가치를 서로 대비되는 두 방향 사이의 눈금자 위에 올려놓고, 그 AI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를 보여주는 측정 기준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쪽 끝에 '따뜻함'을, 반대쪽 끝에 '엄격함'을 두면, 어떤 대화가 눈금자의 어디에 찍히는지로 그 대화의 성격을 읽어낼 수 있다.
네 개의 축은 순응(Deference) 대 신중(Caution), 온정(Warmth) 대 엄정(Rigor), 깊이(Depth) 대 간결(Brevity), 솔직(Candor) 대 실행(Execution)이다. 순응은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을 그대로 맞춰주는 태도이고, 신중은 위험이나 해를 미리 경계하는 태도다. 온정은 상대를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대하는 쪽, 엄정은 정확성과 정밀함을 앞세우는 쪽이다. 깊이는 이유까지 파고들어 설명하는 태도, 간결은 물어본 것만 답하는 태도를 뜻한다. 솔직은 자신의 한계와 불확실성을 먼저 드러내는 쪽이고, 실행은 다듬어진 자신 있는 답을 내놓는 쪽이다.
이 네 축은 과제와 주제, 사용자의 말투 같은 요인을 걷어낸 뒤에도 대화마다 달라지는 클로드 가치 표현의 약 15%를 설명한다. 모델과 언어에 따른 차이는 이 변화의 일부로, 크기는 작지만 방향이 뚜렷하고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새 직장으로 옮길지 고민을 털어놨을 때 어떤 AI는 "좋은 결정이에요"라며 등을 밀어주고, 어떤 AI는 "이런 위험은 따져봤나요"라며 제동을 건다면, 두 답의 갈림은 바로 이 축 위에서 벌어진다.
다정한 소네트와 깐깐한 오퍼스, 이름만 같은 세 모델

그림1. 세 모델의 가치 성향을 네 가지 축으로 비교한 분석 도표 (출처: Anthropic)
같은 클로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모델마다 성격이 갈렸다. 연구진이 소네트 4.6(Sonnet 4.6), 오퍼스 4.6(Opus 4.6), 오퍼스 4.7(Opus 4.7) 세 모델을 비교한 결과, 소네트 4.6은 온정(평균보다 +0.17 표준편차)과 순응(+0.14 표준편차), 간결(+0.14 표준편차) 쪽으로 기울었고, 오퍼스 4.7은 신중(+0.24 표준편차), 깊이(+0.23 표준편차), 솔직(+0.11 표준편차) 쪽으로 기울었다. 표준편차(σ)는 전체 대화의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재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그 방향으로 뚜렷하게 치우쳤다는 뜻이다.
이 숫자들은 언뜻 작아 보이지만 방향이 일정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백만 번의 대화가 쌓이면 작은 기울기가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으로 벌어진다. 소네트 4.6은 사용자의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인정하고, 말투를 따라가며, 유머를 섞고, 판단을 앞세우지 않고 위로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반대로 오퍼스 4.7은 틀린 전제를 반박하고, 묻지 않아도 위험을 짚어주며, 사용자의 작업을 솔직하게 비평하고, 자기 추론 과정과 스스로의 오류까지 드러내는 쪽으로 움직였다.
같은 초안을 두 모델에 보여준다고 상상해 보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소네트 4.6은 잘된 부분을 짚어 격려하고 부드럽게 다듬어 주는 파트너에 가깝고, 오퍼스 4.7은 "이 주장의 근거가 약하다"고 대놓고 지적하는 깐깐한 검토자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이런 결과는 앤트로픽 내부와 온라인 사용자들이 평소 두 모델에 느껴온 인상과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오퍼스 4.7이 다른 모델보다 답을 더 자주 유보한다는 사용자 반응이나, 소네트 4.6이 따뜻하고 친사회적이라는 평가가 데이터로도 재현된 셈이다.
20개 언어가 그린 AI 성격 지도

그림2. 언어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 성향을 네 가지 축으로 나타낸 분석 도표, 힌디어는 온정·러시아어는 엄정 (출처: Anthropic)
모델뿐 아니라 어떤 언어로 대화하느냐도 클로드의 태도를 바꿨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상위 20개 언어를 분석한 결과, 언어별 성격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축은 온정 대 엄정, 그리고 솔직 대 실행이었다. 반대로 순응 대 신중, 깊이 대 간결 축에서는 언어가 달라져도 태도가 비교적 일정했다.
온정 쪽으로 가장 크게 기운 언어는 힌디어로, 평균보다 +0.49 표준편차나 따뜻한 쪽에 찍혔다. 아랍어(+0.28 표준편차)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언어들에서 클로드는 공손한 표현을 쓰고, 유머를 곁들이며, 사용자의 생각과 성취를 인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반대로 엄정 쪽으로 가장 기운 언어는 영어와 러시아어였다. 이 언어들에서는 전제를 따져 묻고, 세부를 바로잡고, 근거를 요구하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솔직함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언어는 네덜란드어로, 자기 실수를 인정하는 경향이 컸고, 결과를 내놓는 실행 쪽으로 가장 기운 언어는 인도네시아어였다.
이 차이는 추상적인 통계로 그치지 않는다. 연구진은 같은 사업 계획서에 대한 피드백을 하나는 힌디어로, 하나는 러시아어로 요청한 두 사람을 예로 들었다. 클로드가 계획서를 평가하며 드러낸 가치가 언어마다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같은 계획서를 두고도 전혀 다른 품질의 인상을 안고 대화를 끝낼 수 있다. 내가 모국어로 AI에게 조언을 구할 때, 그 답의 온도가 이미 언어에 따라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용자를 따라 하는 AI, 공감인가 아부인가
이번 분석의 뿌리에는 앤트로픽이 2025년 4월 공개한 선행 연구 '야생의 가치들(Values in the Wild)'이 있다. 이 연구는 2025년 2월 한 주간 클로드에서 오간 대화 70만 건 가운데 가치 판단이 담긴 30만여 건을 분석해 3,307개의 서로 다른 가치를 찾아냈다. 이 가치들은 실용적 가치(31.4%), 인식적 가치(22.2%), 사회적 가치(21.4%), 보호적 가치(13.9%), 개인적 가치(11.1%)의 다섯 갈래로 나뉘었고, 가장 자주 등장한 개별 가치는 전문성과 명료함, 투명성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클로드가 사용자의 가치를 되받아 비추는 '가치 미러링' 현상이다. 사용자가 진정성을 강조하면 클로드도 진정성을 되풀이해 말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전체 대화의 28.2%에서 클로드가 사용자의 가치를 강하게 지지했고, 6.6%에서는 사용자의 가치를 인정하되 새로운 관점을 덧붙이는 '재구성'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미러링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대화 상대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아부(sycophancy)일 수 있어 둘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짚었다.
반대로 클로드가 사용자의 가치에 강하게 저항한 경우는 3.0%에 그쳤다. 대개 비윤리적 콘텐츠를 요구하거나 도덕적 허무주의를 드러내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이 드문 저항의 순간이야말로 클로드의 가장 깊고 잘 바뀌지 않는 핵심 가치가 드러나는 지점일 수 있다고 봤다.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내릴 때 진짜 신념이 드러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어마다 달라지는 이유, 학습 데이터의 불균형
그렇다면 왜 언어에 따라 AI의 태도가 달라질까. 앤트로픽은 아직 원인을 단정하지 않았지만, 학습 데이터의 불균형을 가장 유력한 가능성으로 꼽았다. 언어마다 클로드가 학습한 데이터의 양이 크게 차이 나는데, 데이터가 풍부한 언어에서는 일관된 가치를 학습시키기가 더 수월했을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의 구성도 언어마다 달라서, 어떤 언어는 전문적인 글이 유난히 많이 포함돼 그 언어에서 다른 가치가 더 두드러졌을 수 있다.
언어마다 다른 대화 관습도 원인일 수 있다. 어떤 언어권에서는 공손하고 완곡한 표현이 자연스럽고, 어떤 언어권에서는 직설적인 지적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클로드가 각 언어의 이런 관습에 맞춰 다른 가치를 앞세우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 변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언어별로 달라지는 것이 그 언어 사용자에게 더 잘 맞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언어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덜 다듬어진 경험을 받는 것인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어떤 AI에게 어떤 언어로 물을 것인가
이번 연구가 던지는 실질적인 질문은 'AI를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말을 걸 것인가'다. 지금까지 AI의 가치관은 학습 단계에서 빚어낼 수는 있어도 실제 사용 현장에서 관찰하기는 어려운 대상이었다. 앤트로픽은 이번에 그것을 측정하는 방법을 마련했고, 그 결과 클로드의 가치가 개발진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도 갈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발견은 사용자에게 곧바로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따뜻한 격려가 늘 좋은 것도, 깐깐한 지적이 늘 옳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는 온정 쪽으로 기운 모델이 힘이 되고, 계획의 허점을 찾아야 할 때는 엄정 쪽으로 기운 모델이 더 쓸모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받은 조언의 성격이 내가 고른 모델과 내가 쓴 언어에 어느 정도 이미 물들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다른 모델에, 혹은 다른 언어로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은 AI가 무심코 씌운 색안경을 벗겨내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AI가 언어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같은 AI라도 힌디어로 대화할 때는 더 따뜻하고 격려하는 태도를, 영어나 러시아어로 대화할 때는 더 엄격하고 지적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뜻입니다. 앤트로픽 분석에서 힌디어는 온정 쪽으로 평균보다 0.49 표준편차나 기울었고, 영어는 엄격함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Q. 어떤 클로드 모델을 골라야 하나요?
용도에 따라 다릅니다. 소네트 4.6은 따뜻하게 격려하고 부드럽게 다듬어 주는 쪽이라 초안을 응원받고 싶을 때 잘 맞고, 오퍼스 4.7은 위험을 짚고 솔직하게 비평하는 쪽이라 계획의 허점을 찾고 싶을 때 유용합니다.
Q. 그럼 저는 AI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중요한 판단을 앞두고 있다면 같은 질문을 다른 모델이나 다른 언어로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답의 온도가 달라지는 만큼, 여러 각도의 조언을 비교하면 한쪽으로 치우친 답에 휩쓸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앤트로픽(Anthropic)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Claude's Values Across Models and Languages (2026-07-13),
보충 리포트: Values in the Wild: Discovering and analyzing values in real-world language model interactions (2025-04-21)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 이 기사는 AI 전문 매체 ‘AI 매터스’와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 기사 원문 바로가기)
AI 리포터 (Aireport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