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45>선발주자 그들은 누구인가(3) 소프트뱅크

Photo Image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소프트뱅크는 지난 30여년 동안 일본 정보 산업을 선도한 선발주자다. 이 회사는 1981년 도쿄에서 설립된 이래 고속인터넷, 전자상거래, 이동통신 분야에서 신화를 써왔으며 최근에는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본금 1억엔의 소프트웨어(SW) 유통업체로 출발한 이래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 80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한 비결은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회장의 비전 경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가 전 생애를 통해 실천하고 있는 비전 경영은 먼저 강력한 신념(뜻과 의지)으로부터 비전을 만들어내고 그 비전으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려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혁신가로 꼽히는 손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것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강조한다.

손 회장이 써내려간 비전 경영의 역사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어린 시절 막연한 꿈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도 확고한 뜻과 의지가 필요했다. 이 신념은 미국 유학을 통해 컴퓨터 산업에 대한 비전으로 구체화 된다.

그 비전을 가지고 1980년 일본으로 귀국하지만 1년 반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계획에 몰두한다. 1981년 9월 허름한 사무실에서 창업한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직원 두 명을 앞에 두고 회사목표를 발표한 것이었다. “우리 회사는 세계 디지털 혁명을 이끌 거다. 30년 후엔 두부 가게에서 두부를 세듯이 매출을 1조, 2조(엔) 단위로 세게될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의 비전과 목표는 지난 30여 년 동안 거의 그대로 실현됐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납품과 컴퓨터 관련 출판 사업을 시작했다. MS SW 일본 독점 판매권을 따내며 일본 소프트웨어 시장 60%를 점유했다.

둘째로는 1994년 기업을 공개하고 단숨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아 미국 포털사이트 야후에 투자하고 야후재팬을 설립했다. 이 야후재팬은 일본 포털 1위를 기록했다.

셋째로는 2001년 초고속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적자로 고전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그 결과 손 회장은 일본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넷째로는 2000년대 들어 닷컴 붕괴로 어려움을 겪자 이동통신사업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눈을 돌렸다. 2004년 닛폰텔레콤을 인수하고 2006년에는 보다폰 일본 법인을 1조7500억엔이라는 일본 역사상 최고액에 인수합병하는데 성공했다.

다섯째로는 2007년 중국 인터넷경매업체 알리바바닷컴을 홍콩 시장에 상장시킴으로써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손 회장이 알리바바닷컴 지분 33%에 투자한 돈은 20억엔이지만 상장 후 지분가치는 1조엔을 넘어 투자대비 500배 이상 수익을 거두었다.

그리고 2010년 손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30년 비전`을 발표한다. 이 비전 역시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이념으로 시작해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소프트뱅크 비전 경영에서 주목할 점은 주도면밀한 전략과 치밀한 계획이다. 과학적 디테일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M&A 전 온갖 데이터를 동원해 그야말로 가능한 모든 변수를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확고한 결정을 내린다. 1995년 매출 600억엔 정도에 불과한 회사가 1년 6개월 새 무려 3100억엔 규모의 국제적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수치(數値) 매니지먼트`와 `압도적 속도`가 비전 경영의 디테일인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