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NFC) 시장 놓고 외산 VS 토종기업, 곳곳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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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8개 카드사가 모바일협의체를 구성하고 한국 독자 NFC 표준 제정에 착수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결제 시장을 놓고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주도권 갈등이 속속 점화하고 있다.

NFC를 활용한 결제 표준 다툼은 물론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의 종속적 기술 행태에 대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공개 소송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20일 금융권과 IT업계에 따르면, 내달 초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애플을 독점규제법과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으로 민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전자통신사업법 위반으로 민원을 제기한다.

이승건 핀테크산업협회장은 “이달 말 회원사와 2차 간담회를 갖고 10월 초 애플의 폐쇄적인 API 운용 현황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핀테크업계가 애플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NFC 기술을 애플페이 용도로만 사용하고, 관련 API를 공개하지 않아 국내 많은 NFC 결제사업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NFC를 활용한 서비스는 결제 외에도 인증,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 서울시 택시안심귀가 서비스, 경찰청 NFC 신고시스템, 신용카드사 앱카드 및 본인인증, NFC 간편결제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애플이 막고 있어 아이폰에서는 제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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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7월 호주 은행이 애플에 NFC API 비공개정책 변경을 요청하며 애플을 제소한 것도 도화선이 됐다. 호주는 전체 결제시장의 70%를 NFC 기술과 연동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은 서비스 사용이 불가능하다. 한국도 주요 카드사가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NFC 기능을 구현했지만 아이폰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협회는 결제와 인증서비스 등에 애플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은 NFC 기능을 제한한 것은 자사 서비스를 위해 경쟁 서비스 출현을 막는 부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최근 일본에 아이폰7이 출시되면서 애플은 해당 폰으로 교통카드를 탑재하도록 API를 호환했다”며 “이는 엄연한 역차별이고, 이미 애플이 API를 공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이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8개 카드사가 연합해 만든 모바일협의체도 한국형 NFC 표준 제정에 착수했다. 하지만 비자, 마스터 카드 등 외산 카드사들이 자사와 논의하지 않고 NFC 독자 표준을 만드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발했다.

외산 카드사들은 정식 공문을 보내 자사 NFC 규격을 따를 것과 로컬 NFC 규격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압박했다. 이에 모바일협의체는 어떤 항목이 위반인지 정확히 명시해 달라며 외산 카드사에 정식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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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패션몰 두타의 한 매장에서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중국의 유니온페이를 이용한 NFC 결제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모바일협의체 관계자는 “한국형 NFC 결제규격 제정은 어디까지나 국내 모바일 결제를 위한 용도”라며 “해외 결제와 상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카드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페이, LG페이 등 새로운 모바일결제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사각지대가 있어 글로벌 브랜드사와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바일협의체는 이달 말까지 앱카드 기반 NFC 규격 제정을 완료하고 12월에 대형 프랜차이즈점 몇 곳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