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7의 두뇌인 `A10 퓨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16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종전 A9과 동일한 공정에 트랜지스터 숫자를 늘려 칩 면적이 20%가량 넓어졌다. 원가가 올라갔을 것으로 분석된다.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인 InFO(Intgrated Fan Out)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반도체 분석 전문업체 칩웍스·테크인사이트는 최근 발매가 이뤄진 아이폰7을 분해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종전 A9칩은 TSMC와 삼성전자가 동시 생산했다. 그러나 칩웍스 분석에 따르면 A10은 양쪽 업체에 생산을 맡겼다는 증거가 없다. 즉 TSMC 단독으로 생산했다는 의미다.
16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10 퓨전칩에 내장된 트랜지스터 숫자는 33억개, 면적은 125㎟다. 이는 약 20억개 트랜지스터가 내장된 A9칩(104.5㎟)에 비해 20%가량 확대된 것이다. 이는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된 A시리즈 칩(아이패드용 제외)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은 것이다. 통상 칩 면적이 늘어나면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칩 개수가 줄어드는 탓에 원가가 상승한다.
AP 패키지의 두께는 현저하게 얇아졌다. 이는 TSMC의 InFO 패키징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칩웍스는 분석했다. TSMC의 InFO는 패키징 업계에선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징(FoWLP) 기술이라고도 부른다. FoWLP는 칩보다 패키징 면적을 넓게 만들어 입출력(I/O) 배선을 늘리는 기술이다. 반도체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이 필요 없어 두께가 얇아지는 것. 패키지 PCB가 필요 없어 일부 원가도 축소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P에 FoWLP 기술이 적용된 첫 사례”라며 “TSMC가 이 기술로 애플 물량을 독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와 함께 내년 초 FoPLP(Fan Out Panel Level Package)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FoPLP는 웨이퍼처럼 동그란 기판이 아닌 네모난 기판 패널 위에서 패키지 작업을 하는 기술이다. 기본 기술 방식은 FoWLP 혹은 InFO와 동일하다. 패키징 기술을 만회해 다음 모델은 수주를 받아오겠다는 각오다. 앰코, ASE, 네패스 등도 FoWLP 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아이폰7에 탑재된 모뎀칩은 인텔과 퀄컴이 동시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GSM 전용 모델에는 인텔 모뎀이, CDMA와 GSM을 모두 지원하는 아이폰에는 퀄컴 모뎀이 탑재됐다고 칩웍스는 분석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