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특별보고관 명의로 `유해물질과 폐기물의 건전한 관리, 처리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보고서는 바스쿠트 툰작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작성한 것이다. 툰작 보고관은 작년 10월 12일부터 23일까지 방한해 이 사안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를 두루 취재하고 돌아갔다.
그는 보고서에 “삼성전자의 협동, 개방성, 끊임없는 소통 정신을 칭찬한다”며 “삼성전자의 내부 변화와 전(前) 노동자들이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보장을 한 노력을 인정한다”고 썼다. 그는 “삼성이 (보상안에 따라) 전직 근로자 100명에게 보상을 한 동시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작성한 사과 편지를 전달했다”며 “예방에 대한 노력, 감사,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옴부즈만위원회를 설립했는데, 특별보고관은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 등 기업체가 (정부보다) 전직 근로자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평가했다.
툰작은 2007년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소가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역학조사를 수행했으나 백혈병을 야기할 수 있는 발암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8년에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20만명 근로자를 대상으로 공중보건 연구를 수행했으나 백혈병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백혈병을 산업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근로복지공단이 엄격한 기준에 의해 조치를 내린 반면에 한국 법원은 인과관계 이슈에 대해 좀 더 관대한 접근을 했다”고도 기술했다. 2014년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고 황유미, 이숙영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툰작은 법원이 의학적이거나 과학적 입증 없이 상황적 요인을 통해 산재 판결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툰작의 이런 평가는 지난해 10월 예비조사 평가와 비교하면 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툰작 보고관은 삼성전자 등에 대해 “인권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했다”며 “삼성은 예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어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는 “당시 툰작은 피해자 면담만 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반올림 등으로부터 일방적 주장만 들었을 것”이라며 “이후 1년 가까이 여러 조사를 벌이면서 균형 잡힌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