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금감원 직원의 해외 파견

3년 전이다. 신용카드 시장을 취재차 독일 등 IC카드 전환에 성공한 유럽연합(EU) 국가를 방문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마그네틱 카드 사고가 빈번해 IC카드 전환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무렵이다.

취재 도중에 금융감독원 해외사무소 직원을 만났다. 이상한 건 금감원 해외 직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현지 IC카드 전환에 대한 배경 지식도 없었다. 취재기자가 일부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까지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해외 파견을 대하는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대형가맹점 IC 시범사업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던 담당 국장은 사업에는 관심 없고 해외 파견에 포함되기 위해서만 공을 들였다. 당시 해당 국장은 요란하게 일만 벌려 놓은 채 해외로 떠났고, 사업은 중단됐다.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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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해외사무소 운영에 연간 70억원이 들어간다. 소장 기준으로 매월 미국은 4200달러(약 465만원), 일본은 56만1000엔(610만원), 베이징은 3만2500위안(541만원)까지 주거비를 지원한다. 동반 거주하는 자녀를 위해 프랑스는 매월 1056유로(180만원), 일본은 7만5000엔(81만원), 베이징은 1만위안(167만원)의 학비도 지원한다.

해외사무소에서 금감원 직원은 무엇을 할까. 주요 시장 보고서는 뉴스 스크랩 수준이고, 일부 주재원은 한 달에 보고서 한 건만 보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피아 척결에 이어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국은 좀 더 투명한 공직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외 주재원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부족하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한국 상황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어느 조직이든 해외 파견 근무는 조직 내 승진을 위한 정규 코스로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해외 사무소로 나가려고 애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조직 내 우수 인력이 파견되는 자리인 만큼이나 그에 걸맞은 역할도 중요하다. 금감원도 그 위상에 걸맞은 해외 조직 역량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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