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지난 6월 리콜을 결정했다. 노트북 일부 배터리에서 발열에 따른 화재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파나소닉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열될 경우 자연발화 해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배터리가 사용된 노트북은 세계적으로 캐나다 2600대, 멕시코 4500대를 포함해 총 4만1000대다. 사고도 있었다. 해외서 7건의 발열, 화재, 녹아내림 사고가 포착됐다.
리콜은 기업이 만든 제품을 끝까지 책임지는 당연한 조치다.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 기업은 제품을 판매할 때 보여주었던 노력 이상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HP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낮은 화재 위험성에 대한 안전불감증인지, 노트북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인지 알 수 없지만 리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HP코리아는 리콜에 대해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블로그를 택했다. 블로그 리콜 관련 공지에는 `HP 노트북 컴퓨터 배터리 안전 회수 및 교치 프로그램`이라고 안내했다. 발열, 화재 가능성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다. 교체 프로그램 사이트에 접속해서야 `해당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있으니 배터리의 사용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노트북의 국내 판매량도 밝히기를 꺼렸다. HP코리아에 국내 판매 규모를 물었지만 `해당 기간 내 판매된 전체 컴퓨터의 1% 미만에 해당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답만 반복했다. HP는 리콜 관련 문의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국내 약 2267대가 판매 됐다고 밝혔다. 이미 기사가 나간 후였다.
HP코리아 여전히 블로그에서만 배터리 회수와 교체를 공지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는 신제품 홍보 외 리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자발적 리콜은 기업의 당연한 의무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소비자는 단순히 내 물건 사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전자자동차산업부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