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대수술 급하다`라는 본지 기획 보도 이후 메일과 전화가 폭주했다. 최근 은퇴한 서울의 한 명문대 교수는 “20여년 동안 출연연과 함께 연구 과제를 많이 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아웃풋(성과)이 없다는 것과 내 눈으로 지켜봤는데 제대로 연구를 안 하고, 연구비를 엄청 낭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는 “연구과제를 하면서 두 번(중간평가, 최종평가)만 잘 통과하면 된다”면서 “더 이상 후속 체크가 없다. 최종 평가할 때 어느 기업에서 상용화한다고 말을 하는데 본 적도 없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닌 게 수두룩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평가위원을 여러 번 했는데 평가위원 명단이 평가자들에게 미리 새어 나가는 건 부지기수였다”면서 “미리 짜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른 연구원은 “대부분 공감되는 내용”이라면서 “너무 많은 세금이 쓸데없이 낭비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관련 분야에 오래 종사하고 있는데 출연연과 유사한 `전문생산기술연구소(전문연)`를 조명해 달라”면서 “여기는 감사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이 밖에 기관의 횡령 사실 등을 제보하는 이도 있었다.
반발도 심했다. `왜 과거 사건을 들추느냐`부터 `일부를 갖고 전체를 매도한다`는 등 반박 메일도 많이 왔다. 기자 개인을 지목해 욕하는 행태도 있었다.
모 연구원 소속 전·현직 연구원 6명은 최근 구속됐다. 국가보조금을 불법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거래업체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연구원 출신 업체 대표는 업무상 횡령, 이 업체 대표가 제공한 돈을 받은 연구원들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여러 연구소가 이런 비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연구원 내부에서 벌어지는 관행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출연연 부원장단이 28일 모여 혁신 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출연연의 구태를 깨는 개혁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국가와 국민, 미래를 위해.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