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제17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이하 지재위)는 △2017년 정부 지식재산(IP) 재원배분방향 △해외진출 중소기업 IP 전략지원 특별위원회 구성·운영 계획 △발명자와 사용자의 상생을 위한 직무발명제도 개선방안 △2015년도 국가지식재산 시행계획 점검·평가 결과 등 총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지재위는 IP 강국 실현을 위한 국가전략 수립, 관련 정책 심의·조정·점검 등 IP 분야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지식재산기본법 제6조에 의해 설립됐으며, 국무총리 및 민간위원장과 12명의 정부위원, 18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재위가 본연의 취지와 목적에 맞는 논의와 의결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의결한 안건 중 발명자와 사용자의 상생을 위한 직무발명보상제도 개선방향을 보면, 직무발명의 이중양도 우려 및 기업 부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예약승계 규정이 있는 경우, 발명의 완성시점에 특허 받을 권리를 곧바로 사용자에게 승계하도록 했다. 또 직무발명이 기업 비용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해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기업에 통상실시권을 보장하고, 직무발명 인정대상을 반도체배치 설계 및 식물신품종까지 확대했다. 이를 발명진흥법에 반영해 7월경 입법예고한다. 직무발명제도를 활성화하고 발명자와 사용자의 권익조화를 도모하는 것이 취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직무발명의 예약승계가 있으면 완성시점에 특허 받을 권리를 곧바로 사용자에게 승계한다는 규정(현재는 4개월 내에 사용자가 문서로 승계의사를 통지)은 사용자 권익을 위한 것이지 발명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에도 통상실시권을 보장한다는 규정 역시 직무발명보상을 활성화해 발명자인 종업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사용자 권익을 보호하는 규정일 수밖에 없다.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지 않아도 사용자인 기업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오히려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반감될까 우려된다.
이러한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직무발명제도를 활성화하고 발명자와 사용자의 권익조화를 도모한다고 하지만 취지가 과연 제대로 구현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기업은 각종 단체와 힘을 이용해 제도와 법 개정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종업원인 개별 발명자는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이나 힘이 부족하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 때문에 여러 제도와 법률로 약자인 발명자를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지재위 결정은 법과 제도 존재이유에 역행한다.
다른 안건인 해외진출 중소기업 IP전략지원 특별전문위원회 구성 및 운영도 문제다. 해외진출 중소기업의 IP에 대한 인식부족과 사전 준비전략 미비로 인한 보유기술의 해외유출 및 국제 IP분쟁 노출을 막겠다는 것이 추진 배경이다.
지재위는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사전 점검 차원에서 IP전략을 수립하고 수요자 관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해외진출 기업의 비즈니스 단계별 IP전략 개발과, IP전략 안내서 발간이다. 국가의 전체 IP 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지재위가 겨우 안내서 발간을 전면에 내세우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또 비즈니스 단계별 IP전략 개발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여러 정부기관에서 발간한 전략은 각국 법률과 제도 소개에 그쳤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뿐만 아니라 지재위와 산하 전문위원회 활동을 보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를 직시하지 못해 문제 해결에 적절치 않은 의결사항을 내놓는 경우가 많고, 건전하고 조화로운 법률 및 정책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어디서 비롯된 문제일까?
많은 문제가 있겠지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지재위 구성이다.
지식재산기본법 제8조에서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 수립을 규정하고 있는데 △IP 정책 목표 및 기본방향, 창출, 보호 및 활용전략 △산업계, 학계, 연구계, 문화예술계 등의 IP 창출 역량 강화 △국제표준화 △IP 정보 수집, 분석 및 제공 △중소기업, 농어업인 등의 IP 역량 강화 △경제·사회적 소외계층의 IP 접근 지원 △IP 전문인력 양성 △IP 관련 제도의 국제화 방안 △IP 관련 문화·교육·금융 제도 개선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현재 지재위 민간위원 구성을 보면 위원장을 포함한 20명은 대기업 대표 또는 임원 3명(15%), 대학교수 7명(35%), 변리사 3명(15%), 변호사 1명(5%), 중소기업 대표 2명(10%), 국책연구소 등의 연구원 3명(15%), 기타 1명(5%)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성에 문제는 없을까? 앞서 예를 든 직무발명 제도에 대해 기업 종업원인 발명자 입장을 누가 대변할지 생각해보면 이러한 인적 구성에서는 적절한 위원을 찾기 힘들다. 소외 계층이나 농어업인 권익을 대변할 이도 없다. IP 정보 수집과 분석을 위한 IP 서비스업체를 대변하는 사람 역시 찾기 힘들다. 문화예술계를 대변할 인물도, 국제 제도에 정통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국가 IP 전략 수립이 목적인만큼 실제 IP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구성원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혁해야 한다. 이제라도 지재위 본연의 임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한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 어쨌든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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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bwpark@hit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