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65>한국 처음 보행자 안전시스템 개발한 김구현 아이탑스오토모티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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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대표는 “창업은 철저하게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김구현 아이탑스오토모티브 대표는 기술 창업을 했다. 현대자동차 사내벤처로 출발한 그는 국내 최초로 보행자 안전시스템을 개발, 국내 완성차 업체에 공급했다. 창업 5년째지만 오는 2020년 매출 목표는 1000억원이다.

김 대표를 경기도 의왕시 철도박물관로에 있는 회사에서 만났다. 회사 1층 입구에 안전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가 방문자를 맞이했다. 보행자와 차량이 충돌 시 센서가 이를 감지, 자동차 후드를 위로 올려서 보행자의 머리에 가해질 충격을 완화해 주는 안전 시스템이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한 시간여 동안 진행했다.

-보행자 안전 시스템 개발이 국내 처음인가.

▲그렇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행자 안전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다.

2007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그때 한국 자동차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 수준이었지만 보행자 안전 시스템에 관한 기술은 없었다. 운전자나 탑승자 위주의 안전 대책이어서 안전벨트나 에어백, 차체 강화 등에만 힘썼다. 그러나 외국의 내로라하는 벤츠나 BMW 같은 자동차는 오래전부터 100% 보행자 안전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금은 정부가 주관하는 신차 안전도 등급 평가에 보행자 항목이 들어 있다. 좋은 등급인 별 5개를 받으려면 보행자 안전 시스템 채택은 필수다.

김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우주항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산학장학생으로 뽑혀 남양연구소에서 차체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07년 4월 현대 사내벤처인 `아이탑스`를 설립, 2009년 보행자 안전시스템인 `액티브 후드시스템`을 개발했다. 2011년 12월 전자설계를 하던 연구소 동료 2명과 아이탑스오토모티브를 창업했다. 이에 앞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해 10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2012년부터는 국내 처음으로 `액티브 후드시스템` 양산을 시작했고, 산타페와 쏘렌토 등에 시스템을 공급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40억원이다.

-사업 분야와 직원은.

▲자동차용 센서와 제어기, 액추에이터를 만든다. 창업 당시 나를 포함해 3명이 시작했다. 현재 직원은 54명이다. 2013년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2014년 7월 부설연구소를 설립했다.

-과거에는 보행자 안전 시스템을 왜 국내 자동차에 적용하지 않았나.

▲당시 국내에는 이런 안전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가 없었다. 차량에 적용하려면 외국 기술을 수입해 와야 했다. 수입하면 그만큼 차량 판매가격을 올려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이 시스템을 국산화한 후 2012년부터 완성차에 적용한다. 첫해는 산타페와 쏘렌토에 적용했다. 이어서 제네시스, 올뉴카니발, 아슬란, 올뉴투싼 등에 공급했다. 지금은 현대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연간 54만2000대에 안전 시스템을 공급한다.

-차량 충돌 시 어떤 역할을 하나.

▲보통 보행자와 자동차 충돌사고를 분석해 보면 보행자 하반신과 차량 범퍼가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다. 이어서 보행자의 머리가 차량 후드와 충돌한다. 이 충격으로 보행자가 사망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이 점에 착안, 다양한 출돌 시험과 분석으로 머리상해지수(HIC)를 줄였다. 먼저 자동차 앞에 부착한 센서가 보행자와 충돌을 감지하는 순간 자동차 앞 후드를 약 6㎝ 올려 주는 액추에이터를 작동, 보행자의 머리 충격을 완화했다. 이건 자동차 에어백이 적기에 터져야 하듯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2012년 시속 40㎞로 달리는 차량에서 시험한 결과 보행자의 HIC는 1893에서 398로 낮아졌다. 사망률은 95%에서 0.5%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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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아이탑스오토모티브 대표가 교통사고시 차량 후드에 충돌한 보행자의 머리충격에서 발생하는 사망률을 95%까지 줄이는 액티브후드시스템과 고성능 센서, 액추에이터 부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외국의 안전 시스템과 비교해 기술 수준은.

▲가장 중요한 게 정확하게 감지하는 능력이다. 우리 센서는 감지 시간이 1000분의 15초다. 다른 제품에 비해 5~10배 데이터 수도 많다. 액추에이터도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센서와 액추에이터 분야 기술 특허를 5건 등록했다. 4건은 출원했다.

-이런 시스템을 외국 업체에는 몇 곳이나 공급하나.

▲3~4개로 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콘티넨탈, 덴소 등이 이런 시스템을 공급한다. 이들 업체는 말이 자동차 부품업체지 대기업이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차종별로 신차안전도를 검사한 결과 보행자안전성에서는 국산 차종이 외산에 비해 점수가 높았다. 우리도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

-주요 거래처는.

▲1차는 평화정공, 2차는 현대기아차다. 유럽과 북미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협력업체인 평화정공과 동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얼마로 보나.

▲대략 1000억원 예상한다. 시장이 커지면 이 분야에 진출하는 업체가 등장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기술 개발과 최고 품질의 제품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산화로 인한 수입대체 효과는.

▲3000억원 안팎으로 본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한 이유는.

▲그동안 연구소에서 일하다 보니 경영 전반에 관한 경험이 아주 없었다. 마침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1기 최고경영자(CEO) 교육생을 모집하기에 입교했는데 아주 유익했다.

-어떤 점이 창업에 도움이 됐나.

▲창업은 기술만 있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술, 자본, 사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변수는 많다. 대기업에만 근무해 전쟁터 같은 창업의 현실을 잘 몰랐다. 창업사관학교는 창년 창업 CEO를 양성하는 실무 중심의 창업교육을 실시한다. 시제품 제작과 개발, 마케팅 지원 등 창업 계획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교육했다. 교육을 통해 창업 현실이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절감했다. 창업학교는 이런 점에서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창업 CEO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이들과 자주 연락하고 모임도 가졌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물어 보면서 극복했다.

-창업 후 가장 힘이 든 점은.

▲뭐니 뭐니 해도 경영이다. 개발자가 아닌 CEO로서 때로는 세일즈도 해야 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도 팔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잠재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후 당사자를 만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그들은 내가 만나고 싶어도 쉽게 만날 수 없다. 지인을 통해 소개 받아서 만나기도 했다. 새로 창업하면 기존 협력업체의 진입 장벽을 넘기가 어렵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인력은 어떻게 채용하나.

▲처음에는 사람 구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요즘 취업자들이 대기업만 선호하지 않는가. 우리 연구소는 상시 채용 방식이다. 지금은 기업의 성장 가치를 보고 희망자가 늘었다. 그러다 보니 수준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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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창업자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창업하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창업을 하려면 자금, 사업 아이템, 사람이 필요하다. 사전 준비 없이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창업을 하면 십중팔구 망한다. 나도 중진공 자금 1억원과 협력사로부터 투자를 받았지만 도중에 자금난으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또 창업자들이 자기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고객 중심이어야 한다. 제품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창업자들이 처음에는 자기중심으로 일을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랬더니 고객 측에서 “재활용은 필요 없다. 새것을 쓰면 된다. 크기는 작게 하고 가격은 내려라”고 요구했다. 요구를 수용해 바꾸자 고객 반응이 더 좋았다.

-창업과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건 있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지원 금액이 너무 적다. 창업 기업은 많지만 이들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하는 창업 기업이 더 많다. 차라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심사는 엄격하게 하고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공할 기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에게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은 한 번 실패하면 낙인이 찍혀서 다시 창업을 할 수 없다. 그 외 연대보증인제 같은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보행자 안전 시스템 적용으로 자동차 사고나 사망자가 줄면 그만큼 자동차 보험료도 내려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고 품질의 스마트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겠다. 사업 다각화로 2020년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생각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연구소에 있을 때 멘토로 계신 분이 중용(中庸) 23장을 말씀하셨다. `유천자 지성(唯天下 至誠)이어야 위능화(爲能化)하니라`인데 `지극히 정성을 다해야 능히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걸 좌우명으로 삼았다. 영화 `역린`에서 현빈도 그런 말을 해 화제가 됐다. 취미는 겨울에 즐기는 스노보드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골프도 한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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