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전구매제`가 뭐길래…고민 빠진 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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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하는 모습.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알뜰폰 시장이 `데이터 사전구매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알뜰폰은 통신사가 이미 만들어놓은 요금제를 후불제로 사다 썼다. 편하긴 하지만 요금제를 자유롭게 만들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데이터 사전구매제는 선불제다. 대용량 데이터를 사다가 마음껏 요금제를 만들 수 있다. 대량구매를 하다 보니 데이터 값도 싸다. 요금제가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성장정체에 빠진 알뜰폰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통신사와 알뜰폰 사이는 물론이고 알뜰폰 업체 간에도 찬반이 갈린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말 발표하는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데이터 사전구매제를 포함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도입 방침을 밝힌 후 1년여만에 시행을 눈앞에 뒀다. 통신업계는 물밑에서 치열한 찬반 다툼을 벌인다.

통신사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데이터 사전구매제 자체가 마뜩치 않다. 통신사는 알뜰폰이 달가울 리 없다. 자신이 깔아놓은 통신망에 무임승차 한다고 생각한다. 손님도 빼앗아 간다. 더욱이 통신망 임대료는 자꾸 내려간다. 손님을 더 뺏길까 두렵다. 데이터 사전구매제까지 하면 그나마 가졌던 알뜰폰 통제력이 더 약해진다. 데이터를 대량 구매한 알뜰폰이 어떤 듣도 보도 못한 요금제를 내놓을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사전구매제 데이터 값을 일반데이터보다 더 내리라고 한다. `많이 사면 깎아주는 게 상도의`라며 압박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기한 내 다 쓰지 못한 데이터를 떨이로 팔면 시장질서가 흐트러진다”면서 “대용량 데이터값을 정부가 정해주겠다는 건 지나치게 시장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뜰폰은 사전구매제가 무조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개념 자체는 환영한다. 요금도 더 낮출 수 있고, 요금제도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단위`다. 사전 구매하는 `대용량` 데이터 단위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가입자 수 차이 때문이다. 1테라바이트(TB)는 1024기가바이트(GB)다. 한 사람이 1GB를 사용한다면 1000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10TB는 1만명, 100TB는 10만명이다. 사전구매제 논의에서 오르내리는 단위는 100TB, 200TB다. 20만, 30만 가입자가 있어야 감당이 가능하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 중 가입자가 1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꽤 있다. 그래서 큰 사업자는 사전구매제를 환영하지만 작은 사업자는 그렇지 않다.

미래부도 고민이 있다. 데이터 사전구매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도매대가 고시에는 `사업자 간 자율협의`로 돼있다. 강제하려면 고시를 고쳐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계통신비를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를 원가 이하에 파는 등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막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데이터 단위를 다수 알뜰폰 사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는 등 사업자 간 갈등을 해소할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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