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로·가산 G밸리에 사무실 쪼개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업체가 대형 사무실 하나를 임대, 내부를 칸막이로 나눈 후 재임대하는 형식이다. 사무실 하나당 3.3~6.6㎡(1~2평)에 불과하다. 책상과 의자를 하나씩 놓으면 끝이다. 멋들어진 인테리어나 편의시설은 의미가 없다. 사무실 임대료 내기에도 빠듯한 스타트업이 주 고객이다.
얼마 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G밸리 내 `쪽 사무실`을 적발했다. 임대 사업이지만 공단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사무실은 두 곳으로, 각각 한 사무실을 40개와 20개로 나눴다. 공사가 덜 끝났지만 상당수 사무실이 들어찼다.
자칫 불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면 재임대가 가능하다. 벽이나 기둥을 훼손하지 않고 칸막이로 사무 공간을 나눴으니 건축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천장에는 화재경보기마저 달아 소방법도 준수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약속된 금액만 받으면 되니 문제가 안 된다.
쪽 사무실이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스타트업이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단지공단 G밸리테크플랫폼이 제공하는 협업 공간(코워킹)이 있지만 좌석 수는 24개에 불과하다. 독립된 사무실도 9실이 전부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 전문 사업자가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스타트업 성지로 불리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엔 시에서 운영하는 협업 공간만 다섯 곳이다. 한 달에 50달러만 내면 인터넷과 커피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상주 직원에게 요청하면 된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정부에서는 스타트업을 육성한다고 각종 지원책을 들고 나오지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건 노트북 하나 놓을 공간과 잠시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커피 한 잔일지 모른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