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50년] <2>공세로 바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중국이 본격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은 `소프트웨어 산업과 IC산업 발전을 장려하는 정책(鼓勵軟件産業和集成電路産業發展的若干政策)`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 정책을 통해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했다. 투자액이 80억위안을 넘거나 0.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세금을 감면하고 장비 수입관세와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도 면제해줬다.

이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시 중국은 `소비국` 이미지보단 저렴한 인건비를 전제로 한 `전진 생산기지` 정도로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게 된다. 대표적인 정책이 2014년 6월 중국 국무원의 `중국 IC 산업발전추진 가이드라인(國家集成電路産業發展推進綱要)`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반도체 생산, 설계, 패키징과 테스트, 소재, 장비 분야의 구체적 발전 방향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16·14나노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설계 기술은 퀄컴 등 선두업체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 역시 선두 기업과 어께를 나란히 할 만큼 역량을 강화한다.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자국 재료, 장비 공급을 성사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중국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금감면, 금융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국가 차원의 펀드도 조성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4개월 뒤인 2014년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중국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國家集成電路産業投資基金)`이 설립됐음을 알렸다. 이 기금은 중국 IC업체가 해외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데 쓰이고 있다. 1차 기금 규모는 1200억위안(약 23조원)에 달했다. 중국은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 기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100조원이 넘는 기금을 모으겠다는 것이 중국의 계획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보조금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에도 공조를 요청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에 연구개발(R&D) 등 명목으로 지급하는 자금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규정을 위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TO는 과도한 보조금 지급이 공정 무역에 지장을 초래할 때 피해를 본 국가가 상계관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무역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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