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음향 기업 코원의 주인이 바뀌었다. 중국 텐센트가 지분을 갖고 있는 게임회사 신스타임즈가 코원시스템 지분 35%를 확보, 경영권을 가져갔다. 이에 앞서 아이리버는 SK에 인수됐다.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을 주도하던 아이리버와 코원은 이제 각각 SK 아이리버, 신스타임즈 코원이 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MP3 전문업체는 시련을 겪었다. 스마트폰에서 모든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자 다른 특별한 기능이 없는 아이리버와 코원 제품을 외면했다. 산업은 순식간에 사양길로 치달았다. 대다수 관련 업체가 대응에 실패했다. 많은 국내 MP3 업체가 도산했다. 그나마 여유가 있던 아이리버와 코원도 당장 수입원이 줄어들자 헐레벌떡 다른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블랙박스를 만들었고, 전동칫솔을 만들었고, 전자사전을 만들었다. 그 사이 MP3는 잊혀졌다.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명맥 유지 선에서 그치거나 사업을 내리막길로 걷게 했다. 한 해 5000억원 매출을 올리며 애플 아이팟과 경쟁하던 아이리버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코원도 마찬가지다. 수익은 반 토막을 넘어 한때 10분의 1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국내 1, 2위를 다투고 세계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이들의 후퇴는 과거 어느 기업보다 빨랐다.
몇 해가 지나 이들 기업은 다시 MP3플레이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음질 MP3였다.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 코원은 `플레뉴`를 각각 만들었다. 흑자를 기록했다. 당장 수익원을 좇아 고군분투한 아이리버와 코원에 다시 돈을 벌게 해 준 것은 사양산업으로 여기던 MP3였다. 몰락하고 있는 시장에서 자신에게 있는 장점을 냉정하게 바라봤다면 결과는 달랐을지 모른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정보기술(IT) 산업은 정말 빠르게 변화한다. 하지만 산업이 변화한다고 모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꾸준히 밀고 나간 기업은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입지를 마련했다. 한국의 뱅엔올룹슨, 하만카돈이 되지 못하고 주인이 바뀐 아이리버와 코원에 아쉬움이 남는다.
전자자동차산업부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