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진 "폭탄주 도수·수박 당도, 그림자로 안다"

폭탄주 도수나 수박 당도를 그림자만으로 알 수 있다면 믿어질까. 국내 연구팀이 주스나 음료 당도, 국 염도뿐만 아니라 산업용 오일 노화정도, 체액을 통한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데 그림자 원리로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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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포스텍 교수

김동성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원경 박사과정 연구팀은 복잡하고 비싼 광학장비 없이 그림자로 액체 굴절률을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굴절률 측정시스템을 개발했다.

액체 굴절률이 증가하면 그림자 너비가 감소하는데, 액체 당도와 그림자 너비 상관관계를 미리 알고 있다면 당도를 먹어보거나 장비 없이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원리다.

빛 이동속도인 광속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가장 빠르고 매질 안에서는 느려지는데, 그 비율을 굴절률이라고 한다. 굴절률은 빛 굴절이나 반사와 관련이 있어 광학 분야에서 중요한 물성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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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둥 모양(왼쪽)의 저장 공간에 액체 샘플을 채워 넣는다. 사각기둥의 한쪽 면에서 빛을 비추면 반대 면에 그림자가 발생한다. 오른쪽 액체 샘플의 굴절률이 증가함에 따라 그림자의 너비가 감소한다. 그림자의 크기와 액체 샘플의 굴절률 간의 관계를 알고 있다면, 미지의 액체 샘플의 굴절률을 예측할 수 있다.

이 굴절률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이나 광학렌즈 같은 정밀하고 비싼 광학장비가 필요해 실생활에서 바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김 교수팀은 투명한 사각기둥에 원통형 저장공간을 만들어 투명하게 희석시킨 액체를 채우고, 이 사각기둥에 빛을 비출 때 생하는 그림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팀은 샘플 액체를 이용해본 결과, 굴절률과 액체 성질이 정확하게 맞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측정장치는 구조나 제작이 간단하고 외부전원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정밀한 광학 장비도 필요치 않아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다.

김동성 교수는 “구조나 제작 간단함은 물론 자연광을 이용하면 외부 전원이 필요 없어 산업계의 폭넓은 활용과 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과 선도연구센터육성사업(ERC)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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