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 변화 한복판에 선 한국 게임산업, 어디로 가야하나?

국내 게임산업은 과거 콘텐츠 산업 성장·수출 역군이었지만 최근 모바일게임으로 산업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이라는 변수도 나타났다. 지난 10년과 비교해 `위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또 다른 `기회`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차원에서 각종 진흥책과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소업계 위기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회를 노리고 야심차게 시작한 스타트업은 투자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시달린다. 중견기업과 대형기업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진다. 대형기업은 글로벌 점유율을 늘리려 고군분투 중이다.

게임산업과 관계를 맺은 입법(국회), 행정(문화체육관광부), 업계(K-iDEA,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에 여러모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해답은 각기 달랐지만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한국 콘텐츠 수출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게임산업에 닥친 문제점과 과제를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참석자(가나다 순)

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회장

김병관 국회의원(웹젠 전 의장)

박영목 인챈트인터렉티브 대표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 실장

※ 사회 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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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진흥방향 좌담회가 22일 서울 강남구 K-IDEA 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박영목 인챈트인터랙티브 대표,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강신철 K-iDEA 회장,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부국장)=국내 게임산업 활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2000년대를 거치며 쌓아온 온라인게임 경쟁력이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계승됐는지 의문이다.

특히 국내 게임산업에서 최근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해졌다. 체질개선에 성공한 기업은 고속성장을 하지만 일부 중견기업은 흥행 슬럼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병관 국회의원=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제작환경이 전환되고 있다. 급격히 모바일 시장으로 쏠리는 것에 대한 우려는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 여전히 온라인게임 시장이 많이 남아 있는데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제작이 안 되는 것이 문제 중 하나라고 본다. 시장 크기에 비해 모바일게임 개발 인력이 과하게 투입되는 경향이 있다. 해외 시장까지 보면 납득이 가는 지점이긴 하다.

전환기에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업체는 문제가 있지만, 자리를 못 잡는 중소업체는 (확보한)시장이 없는데 리소스만 투입하다보니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윤태용 문체부 실장=시장은 유한한데 종전에 비해 경쟁이 심화됐다. 국내로 한정 짓자면 온라인게임은 성숙기라 새로운 이용자 진입이 많지 않다.

굉장히 좋은 외산 온라인게임이 나오는 것도 국내 업체에 어려움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옮겨갈 때 국내 기업이 적응을 쉽게 하지 못했다는 것도 원인으로 본다.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마켓 사업자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는 구조다 보니 이익이 낮다. 이런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박영목 인챈트인터렉티브 대표=모바일게임은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라고 보는 입장이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소자본, 소규모 조직이 효율적인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업이다.

빈익빈부익부 문제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국내 중심으로 발전을 하다 보니 자본이 충분한 기업이 세를 키우기 쉬운 구조로 형성됐다. 지금은 이들도 지속적으로 게임비즈니스에서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NHN에 2010년에 들어가 모바일 게임개발 조직을 하나 맡았는데 그 당시 “이렇게 자본력 큰 회사가 모바일에 뛰어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 결국 자본력 있는 업체가 투자를 해야 산업 종사자나 중소기업이 그 영향을 받는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며 플랫폼이 한 가지 더해졌다고 본다. 다만 일부 큰 기업 중에 모바일 쪽 성장이 느린 기업은 모바일에 대한 예측이 늦었다든지 조직이 에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PC온라인 게임은 모바일게임보다 개발 난이도가 높다. 그러다보니 개발자들이 모바일게임을 낮게 본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큰 회사는 투자 타이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작은 회사는 좀 다르다. 너무 일찍 아이디어를 내놔서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고 창업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크게 보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모바일로 전환하는 것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강신철 K-iDEA 회장=기본적으로 게임은 흥행 산업이다. 과거에 잘됐던 기업이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신흥기업도 나타날 수 있다. 부침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마다 굴곡이 있지만 끊임없이 기회가 나오는 시장이다. 얼마든지 판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최근 잘나가는 기업과 못나가는 기업은 모바일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좌우했다. 사실이다. 폭을 넓혀보면 글로벌 기업과 경쟁도 중요하지만 국내로 시야를 좁히면 게임산업은 레드오션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도 소자본으로 성공을 타진하는 기회가 여전하기 때문에 도전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산업이 위기다`라는 말을 하지만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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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진흥방향 좌담회가 22일 서울 강남구 K-IDEA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회=모바일게임과 중국 게임산업 성장은 국내 게임업계에 많은 변수를 줬다. 우선 빠르게 제품(게임)을 내놔야 한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수명도 짧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 게임산업이 성장하며 국내 게임업계는 최대 시장 중 하나를 잃었다. 또 수출 주도권이 공급자(한국)에서 수요자(중국)중심으로 바뀌었다. 지금 우리나라 게임기업에 필요한 산업적 요소와 지원정책은 무엇일까.

△윤태용=정부 콘텐츠 산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게임산업이다. 융·복합 기술이 반영될 수 있고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산업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정책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문체부는 게임산업을 굉장히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여긴다.

중국이 최근에 급격히 발전을 하며 위협적인 것이 사실이다. 국내 기업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와 기회가 동시에 생겼다.

통계를 보면 2014년 기준 대중국 게임수출 규모가 9억6000만달러인데 전체 게임 수출 32.2%를 차지한다.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과 비교 하면 우리나라 게임이 더 짜임새가 있고 운영에도 강점이 있다. 중국에 우리 게임사들이 많이 진출해야 하는데 직접 진출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이제 곧 한중 정부 협의체에서 FTA 서비스 협상을 개시 하는데 거기서 중국 게임시장 개방 설득 노력을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다.

그 전에 중국 시장 정보제공, 네트워킹, 비즈매칭을 지원하겠다. 하반기 북경과 충칭에 K-커넥트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법률과 통역 지원도 한다. 모바일게임 전환 시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대응을 적시에 잘 하지 못한 실책들이 보인다.

가상현실(VR)처럼 미래 동력으로 꼽히는 부분을 선도자 위치를 만드는데 힘을 쏟겠다. 시장 형성을 위한 기본적인 분야 연구개발(R&D), 제작 지원 등을 해 나가려 한다.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병관=정치인이 아닌 기업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야기 하겠다. 한 가지 바꿔야하는 인식이 “중국 게임산업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 이런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고 해도 크지 않고 자본이 이미 그 간극을 메꾸는 상황이다. 그것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개별 기업이 해외진출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텐센트 시총이 200조원이다. 한국 게임업계는 네이버까지 포함해서 40조원 정도다. 몸집 차이에서 오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래먹거리 투자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시장을 왜곡하면 안 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게임산업에서 VR 시장이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미리 가겠다고 하면 시장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모바일로 급격히 전환하는 부분에서도 부작용을 봤다. 정부 자금이 과투자됐고 회수가 잘 안됐다. VR는 생각보다 천천히 갈 가능성이 있다. 너무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공지능(AI) 분야는 미래 먹거리로 따로 떼서 이야기하기 어렵다. 최근에 화제가 된 알파고는 사실 온라인 게임이다. AI가 첨가된 온라인게임이다. 알파고는 사실 게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할 일을 고민하는 것이 맞다.

국회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포럼을 만들어보려 한다. 국회에서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4차 산업이다. 게임 역시 이런 부분에서 같이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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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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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회=문화체육관광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게임산업에 2018년까지 약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그리고 내년에 어떤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인가.

△윤태용=첫 번째로 차세대 게임 콘텐츠 육성을 하려 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가상현실 게임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하이리스크 투자에 대한 부분을 정부가 책임지는 것이다.

김 의원이 알파고는 온라인게임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동의한다. 게임은 단일 산업이 아니라 앞으로 우주, 방위 산업까지 연계될 가능성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을 이어 갈 것이다.

VR는 글로벌 기업이 이미 선도하는 부분이다. (시장이 아직 덜 형성된 시기에) 정부가 산업에 투자해야 동력이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다.

정부가 가진 R&D 자금을 상용화 프로젝트에 직접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VR에서는 테마파크 분야가 대표적이다. 일반 국민 대상 인식 제고 산업도 해보려 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수출이다. 중국 시장은 물론 여태까지 잘 가지 않았던 중동, 중남미 시장 개척을 정부가 도울 수 있다.

중국 시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나가기에 아직까지 제약이 많다. 중국 하나만 보고 있다가는 놓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도전한 지역에서 시장정보 제공과 비즈 매칭부터 시작할 것이다.

내년부터 게임물 자체등급 분류제도가 전면적으로 진행된다. 사전규제가 없으니 창작자는 훨씬 더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동시에 현재 사업에서는 자율성을 더 부여하겠다.

△박영목=VR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다. 특히 콘텐츠 산업에서 보는 VR는 상당히 이르기 때문에 작은 회사는 뛰어들면 위험하다. 자금력 없는 회사는 하면 안 된다.

큰 회사들이 기본적인 인프라가 존재하니 정부가 그들과 작은 회사를 엮어서 각자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지금 VR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 중 대부분이 스마트폰용 VR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대부분 사람들이 집에 VR 기기를 놓고 보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VR는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창의적 발상을 구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니 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이 맞다. 지원하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원할 대상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사회=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 질병화를 추진 중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 의료적 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이 정책이 산업을 향한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업계가 게임 질병화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또 문체부 등 게임과몰입 방지 사업을 하는 정부기관은 어떤 입장인가.

△강신철=게임에 질병코드를 부여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오보인줄 알았다.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진짜 이렇게까지 한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본적으로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는 정책 추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산업이 콘텐츠 분야에서 50% 정도 수출을 담당하는데 여기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우리가 해외에 문제가 있는 것을 수출 하는 꼴 아닌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물론 게임에 있어 과몰입 부작용 일부 사용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서 질병코드 부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적으로도 게임이 중독물질인지 검증이 안 됐다.

업계는 게임과몰입 현상을 중독으로 부르는 것도 경계한다. `2015년 게임과몰입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게임 이용자 중 과몰입 이용자는 전체 2% 정도였다.

게임 질병화코드 정책은 예전 4대 중독법 접근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다. 다행히 관계부처가 조율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 특정한 부분을 잡아서 규제정책을 만드는 것을 반대한다.

△윤태용=게임이 중독물질인지 혹은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인지 의학·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살펴봐야하는 문제다. 불확실이 많은 상황에서 이것을 중독으로 규정하면 콘텐츠 산업 전체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소한 문체부는 게임을 그렇게 보지 않는다. 7월에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게임을 하나의 여가문화로서 바라보자는 것이 종합계획의 주된 내용이다.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조사연구부터 교육·예방·상담·치료에 이르는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게임의 활용성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하는 측면이 있다. 게임을 잘하는 것이 하나의 재능일 수 있다는 생각을 부모가 가져야 한다.

물리나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청소년이 게임을 하는 것을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 매몰하는 것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전반적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을 정규과정에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게임에 대한 관심을 디지털 교육으로 연결시켜 소프트웨어(SW) 개발 교육으로 잇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김병관=이런 문제제기를 하려면 정확한 실태조사가 있어야 한다. 예전에 게임중독자 68만명 이야기가 돌았는데 찾아보니 2011년 정신질병 역학조사에서 나온 수치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연구를 포괄적으로 진행하며 인터넷 중독 68만명을 언급한 것이 게임중독으로 둔갑했다. 실제 실태 조사에서는 게임이라는 용어는 한 번도 안 나왔다. 근데 이 수치가 정부 정책에 인용되며 처음에는 인터넷 중독, 나중에는 인터넷·게임 중독 그리고 종국에는 게임중독으로 바뀌더라. 그러면서 “이걸 어떻게 규제 안 할 수 있나”라는 논의로 발전했다.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규제를 하고 싶으면 게임이 원인물질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 설명이 없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

저희 어렸을 때 소위 연예인 하면 `딴따라`라고 안 좋게 보지 않나. 지금은 연예인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직업 중 하나다. 게임도 이렇게 인식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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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목 인챈트인터렉티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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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

△사회=게임업계는 그동안 정부에 게임기업 세제개편, 규제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강신철=게임업계에서는 불합리한 규제 철폐 완화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왔다. 문체부와 함께 고민하는 부분도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중 게임산업 연구개발비 공제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게임업계 상징적인 규제인 셧다운제가 여전히 건재하다. 질병코드 이슈도 마찬가지다. 산업 성장이 필요한데 자꾸 규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쉽다.

사설서버 문제도 여전하다.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은 약식기소나 벌금 50만원 수준 솜방망이 처벌이 전부다. 미국 같은 경우 불법 사설서버 업체에 10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종합적으로 게임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박영목=모든 사업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게임도 실패하면 업계를 떠나야 한다. 창업이라는 것은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실패는 여러 원인이 있다. 산업적인 변화를 예측 못해서 그렇기도 하고. 주변 여건이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실패를 해서 퇴출 된다면 경험 있는 사람을 사회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주위에도 신용불량자가 많다. 연대보증 제도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자율심의가 잘 정착되었으면 한다. 자율심의를 하다보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반칙을 쓰는 사람이 있다. 심의제도가 잘 동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질병코드 문제는 게임인으로서 아쉽다. 이런 규제가 있으면 투자와 체질개선 타이밍을 알고도 놓치는 결과가 나온다. 다른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태용=셧다운제 문제가 많은 것에 공감한다. 정부 간 잘 조율하겠다. 사설서버 피해에 상응하는 강력한 단속을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회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율심의 정착에 대한 요구도 공감한다. 자율심의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그동안 사전심의를 해왔는데, 이제는 사전심의가 산업에 끼치는 마이너스 영향이 더 커 바꾸려 하는 것이다.

연대보증 문제는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하이리스크가 있는 분야는 투자 펀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김 의원은 게임인 출신으로 첫 국회 입성 이후 많은 기대를 받는다. 게임업계와 입법, 행정기관 가교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국회에서 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김병관=상임위를 선택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이건 꼭 해결해야겠다는 것이 연대보증이다. 최근 관련 법안(창업날개법)을 발의했다. 결국 은행을 바꿔야 한다. 심각한 문제인데 정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벤처를 만들면 대부분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 돈을 받는다. 기보에서 기금을 받으면 벤처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벤처 CEO 중 95%가 연대보증을 서고 90%가 망한다. 열에 아홉은 기보랑 관련이 있다. 망해갈 때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것이 기보 보증금이다.

100명의 창업 실패자가 있으면 이 중에 7명만 다시 창업에 도전한다는 통계를 봤다. 이런 환경은 안 된다. 그래서 연대보증에 대한 폐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공업으로 성장해왔는데 이제 한계가 보인다. 우리가 4차 산업에서 나아가야할 방향은 뭘까. 일반적으로 ICT(정보통신기술)사업을 말한다.

4차 산업이 제대로 되려면 벤처가 많이 생겨야 한다. 벤처가 활성화되려면 창업 실패자들이 또 다시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중국 텐센트가 최근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을 인수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즈 인수에 이어 세계 게임업계 `빅딜`로 평가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거대 게임기업들이 출현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과 북미와 달리 중국 게임산업은 한국 게임산업과 영역(온라인, 모바일)이 대부분 겹친다. 한국 게임사들도 앞으로 글로벌 전략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박영목=국내 있는 대자본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거기에 따라 그곳에 투자를 받거나 유통을 맡기는 벤처기업은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이 산업을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밑에 있는 업체들이 따라간다. 지금은 국내 대형게임사 비즈니스 구조가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에 맞춰져 있다. 대표적 예가 작년에 모두 모바일 롤플레잉게임(RPG)을 만들었던 현상이다.

모바일게임은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시장 파이가 크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 도전할 여지가 크다. 다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데 대형 기업들이 지원 가능한 영역이다.

벤처 창업은 유연하게, 자금을 가진 곳은 대중적인 콘텐츠 유통을 더 잘 만들도록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강신철=텐센트가 라이엇게임즈를 인수 때는 국내 기업이 인수경쟁을 했다. 슈퍼셀은 국내 기업이 접근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봐야하는 상황이다. 압도적인 몸집차이는 인정 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해외에서 실적을 내는 게임기업이 조금씩 나온다. 우리 콘텐츠가 세계에 통한다는 증거다.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 지역 문화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고 정확하게 공략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글로벌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지느냐에 대한 답은 결국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분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쓸데없이 다른데 에너지를 쓰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김병관=중국이라는 나라에서 게임의 위상은 정부 차원에서 권장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중국 내에서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보니 게임이 더 부각되는 면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 중국 서비스를 준비하다 보면 한국보다 규제가 더 없다. 규제가 있더라도 기준이 우리보다 훨씬 더 명확하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이 일본 미국에 비해 부족했지만 뛰어났던 부분이 비즈니스 모델인데, 지금은 그것마저도 규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결제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 규제에 맞춰 게임을 만들다보니 한국 게임사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에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정부에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하는 역할이 많다. 하지만 숨어있는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더 박수 받을 일이다. 중국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커질 수 있는 것은 시장 사이즈 자체가 커서도 있지만 제도의 유연함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크다. 글로벌 진출에서 중국이 당장 어렵다면 인도네시아, 북미, 유럽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윤태용=게임개발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규모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거대 게임사가 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력 부분이다. 게임산업 안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청년들의 우상이 됐으면 좋겠다.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게임업계가 정말 이건 안 된다 하는 규제는 바꾸려고 노력하겠다. 작은 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사회=4차 산업 혁명이 대두되는 시기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조, 중공업 기반으로 성장해 왔는데 이제 그 한계가 보인다.

콘텐츠 특히 게임은 이런 시점에서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산업이다. 각자 마무리 차원에서 국내 게임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이야기해달라.

△윤태용=게임업계가 신바람 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힘쓰겠다. 정부는 업계와 협회가 독자적으로 하기 힘든 것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에서 하기 힘든 연구개발 투자와 산업 진흥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에 주력하겠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겠다.

△박영목=연매출 50억원에서 100억원 연매출을 만들 수 있는 우수 중소기업이 많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알짜배기 기업이 나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인으로 서는 국가와 사회의 응원을 받고 싶다. 정부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게임은 인식이 나쁜 것이지 본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중국 게임산업 성장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 게임산업도 앞으로 잘 할 수 있다. 재미있고 신나게 사업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강신철=한류콘텐츠 수출액 중 게임산업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5년 3조2000억원에 달하는 한류 수출 중 게임이 1조8917억원으로 58%를 차지했다. 생산유발효과 부문에서도 전체 15조6124억원 중 2조7189억원으로 당당히 1위다.

게임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해왔고 미래형 산업으로도 인정을 받는 부분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각종 규제가 만연한 것도 현실이다. 정부가 게임산업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해 줬으면 좋겠다. 진흥에 저해되는 요소는 과감하게 쳐내길 바란다. 업계도 부정적 인식 개선에 대한 연구를 하려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오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업계와 정부가 함께 연구개발이나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줬으면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열개 중 아홉개가 망하더라도 하나가 잘되는 상황을 만들어 준다면 종사자들이 버틸 수 있다.

△김병관=조만간 셧다운제 폐지법안을 국회에서 공론화하겠다. 진흥책이 많이 만들어져도 규제가 있으면 효과 내기가 어렵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셧다운제 같은 상징적 규제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실효성이 없는데 규제로 남아 업체 발목을 잡는다.

좋은 인력들이 게임업계로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도 좋고 또 좋은 안목을 가진 사람이 주도하는 투자펀드를 만드는 방법도 괜찮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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