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한국 바이오시밀러의 시작 `셀트리온`을 가다

바이오는 4차 산업혁명 중심축 가운데 하나다. 조선, 모바일, 반도체 등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던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바이오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최초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한 셀트리온은 바이오산업 기대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Hot)`한 기업 셀트리온 본사를 찾아 기술 혁신 원동력과 가능성을 확인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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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1공장 전경

◇축구장 26개 크기, 잘 꾸며진 캠퍼스 연상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셀트리온은 사무동과 제1, 2공장,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이 모여 있다. 부지면적은 16만5289㎡(약 5만평)로, 축구장 26개를 합친 규모다.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카트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니 잘 꾸며진 캠퍼스와 유사하다. 올해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5월) 등이 연이어 이곳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결과물을 한눈에 보는 생명공학연구소다. 출입문을 들어서자 올 4월 국내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승인을 획득한 램시마가 눈에 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알려진 램시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오리지널 약품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의 레미케이드다. 2006년 물질개발을 시작해 2012년 7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이듬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획득해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기록됐다.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병균으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면역세포가 장기나 조직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램시마는 면역신호전달물질 `사이토카인` 과다 발현을 중화해 적정 수준 면역체계를 유지한다.

연구소에는 램시마 외에 경쟁제품 엔브렐과 올해 안 유럽 판매 허가신청 예정인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등도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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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생산라인

◇철통 보안 속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정 한눈에

곳곳에 위치한 보안시설을 지나 바이오시밀러가 개발되는 첫 관문인 예비 실험실에 도착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세포주 개발, 배양, 정제, 완제, 임상, 허가 등 단계를 거친다. 예비 실험실은 본격 세포 배양 전 단계가 이뤄진다. 20~500리터(ℓ) 규모 탱크가 여러 개 구축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대규모 세포 배양 전 시범적으로 배양해 테스트하는 시설”이라며 “무한증식이 특징인 암세포를 활용해 세포를 배양하고 항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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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바이오리액터 홀

실제 배양이 이뤄지는 곳은 바이오리액터 홀이다. 24 리터부터 120 리터, 600 리터, 4500 리터 규모 탱크가 계단식으로 정열됐다. 세포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력 방향으로 설계했다. 원활한 세포 배양을 위해 양분액 `미디엄`과 항체를 걸러내는 정제액 `버퍼`도 직접 만든다.

바이오시밀러는 화학의약품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한다. 개발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항체를 구성하는 분자만 20만개가 넘는다. 온도, 배양액, 불순물 등 사소한 변화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배양 및 정제, 이를 운영·관리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2005년부터 가동한 셀트리온 공장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c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를 충족한다.

바이오리액터 홀에서 내려가면 항체를 걸러낸 세포를 처리하는 시설이 나왔다. 배양한 세포가 10이라면 실제 활용하는 항체는 1뿐이다. 1층에는 최종 의약품을 만드는 완제실이 있다. 생산공정 중 유일하게 사람 없이 100% 기계로 운영한다. 완제 과정에 불순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액체 상태 약품은 동결, 건조과정을 거쳐 백색가루로 약병에 담긴다. 병원에서 이를 녹여 환자에 투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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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2공장 전경

◇`제3공장` 2021년 생산 돌입 예정…글로벌 기업과 어깨 나란히

1공장 뒷편 잔디밭은 3공장이 들어선다. 초기 구축 당시부터 증설을 고려한 파이프라인 연결 설비가 벽면에 군데군데 자리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1공장 증설 및 3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총 3251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1공장(5만리터)과 2공장(9만리터) 연간 생산능력은 14만리터다. 2021년 3공장 상업생산에 돌입하면 총 31만리터 생산능력을 보유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 베링거잉겔하임(30만리터), 론자(28만리터)를 넘어선다. 주력제품 램시마를 포함해 트룩시마, 허쥬마 등 후속제품 생산에 날개를 단다. 세계적 바이오의약품 업체와 손잡고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지로도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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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연구원 연구 장면

◇바이오의약품 수출 1등 공신 `램시마`, 스타 바이오 기업 육성 필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8억924만달러(약 9435억원)로 전년대비(5억8892만달러) 37.4% 증가했다. 수출 1등 공신은 셀트리온 `램시마원액`이다. 전체 수출 실적 54.3%(4억3932만 달러)를 차지한다. 2013년 EMA 판매 승인 이후 수출이 급증한데다 올해 초 FDA 판매승인까지 받아 미국을 포함한 71개국에서 판매가 이뤄진 덕분이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6034억1300만원 매출과 2588억5400만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42.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처한 저성장 산업구조에서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향후 10년 안에 연매출 10조, 세계 10대 바이오기업으로 발돋움하는게 목표”라며 “정부 지원과 기업 노력이 합쳐지면서 빠른 시일 안에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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