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경제사절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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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이달 안에 해결해 드리지요.”

지난달 4일 이집트 대통령궁에서 외교·통상 관례상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143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현지를 방문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우리 기업의 애로 사항을 단번에 해결한 것이다.

도마에 오른 사안은 외화 환전 문제로 현지 조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LG전자의 사례였다. 달러가 부족한 이집트가 기업당 외화 환전 규모를 제한, LG전자는 부품 구매 대금을 적기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산라인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철수를 검토해야 할 만큼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

하지만 주 장관이 시시 대통령으로부터 이달 안에 해결해 주겠다는 즉답을 받아 냈다. 현장에 배석한 산업부와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귀를 의심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통상 이런 상황에선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주 장관은 1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시시 대통령에게 양국 경제 협력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 기업 애로 해소 등을 건의했다. 군인 출신으로 상대를 압도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품어 내는 시시 대통령 앞에서도 `할 말은 다 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관전평이다. 경제사절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시시 대통령도 화끈하게 화답했다.

우리 기업 활동 무대는 세계를 아우르지만 해외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애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풀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기업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명확하다.

주 장관은 조만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기업과 정부 관계자를 직접 만나 오해를 풀겠다는 의지다. 주 장관이 지게 될 짐은 만만치 않겠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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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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