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소기업이 뛴다]〈16〉영일 프레시젼, 외산 방열 컴파운드 추격 성공…세계 수준 제품 지속 출시

중소기업이 외산 고급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갖춘 방열 컴파운드를 개발했다. 방열 컴파운드는 반도체와 회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분산·방출하는 재료다. 회로 고집적화, 전기차 시장 개화에 따라 수요가 늘지만 국산 제품 경쟁력이 낮았다.

영일프레시젼(대표 주동욱)은 구리스 타입 방열 컴파운드 열 전도도를 5와트(W)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열 전도도와 수명이 방열 컴파운드 핵심 성능 지표다. 5W급 방열 구리스 양산은 국내 최초다. 국내 레이저 장비 회사에 초도 물량을 납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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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프레시젼 방열 구리스

방열 컴파운드는 반도체 칩이나 회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팬까지 빠르게 전달하거나 넓게 퍼뜨리는 `중간 물질`이다. 영일프레시젼이 생산하는 구리스 타입은 칩이나 회로 위에 도포해 사용한다. 형태 제약이 없기 때문에 열 관리가 필요한 대부분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반도체 칩 위에 방열 팬을 얹기 전에 바른다. 금속 칩 패키징과 팬 사이 미세한 공간을 메운다. 패키징에서 팬으로 열이 전달되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회로 전체에 도포하면 특정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로 전반으로 분산한다. 이 위에 팬을 얹으면 더 빠르게 열을 방출한다. 고출력 LED, 태양광 판에 도포해도 방열 효과를 낸다.

1~3W급 소재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었지만 5W급 고성능 소재는 외산 독식이 심하다. 일본 신에츠, 독일 헨켈이 이 분야 강자다. 영일프레시젼 소재는 동등한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은 30% 정도 싸다. 고온·고습 조건 1000시간 이상 가속 수명 시험, 영하 40~영상 150도 열 충격시험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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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욱 영일프레시젼 대표

주동욱 대표는 “1~3W급 제품이 주력이었지만 최근 5W급 개발에 성공해 실제 공급까지 이뤄졌다”며 “이 정도 가속 수명시험과 열 충격시험을 통과했다는 건 5년 이상 성능이 유지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나, 징크옥사이드 같은 세라믹 무기물을 미세 가공하고 최적 비율로 배합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방열 구리스는 고분자 수지에 세라믹 필러를 배합해 만든다. 배합 비율, 무기물의 표면 가공 방식에 따라 수명과 열 전도도가 결정된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소재라도 각 회사 노하우가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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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프레시젼 방열 구리스

영일프레시젼은 성능을 개선한 소재를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열 전도도를 30W까지 끌어올리는 국책 과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전기자동차가 적용 목표다. 전기차는 배터리, 센서 성능과 수명 향상에 열 관리가 필수적이다. 연내에는 8W급 방열 구리스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영일프레시젼은 원래 반도체 칩 패키징에 들어가는 방열판(Heat Spreader)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세계 유수의 칩 메이커 대부분과 거래한다. AP, GPU처럼 고온이 발생하는 칩 패키징 부품을 공급한다. 회사 매출 90% 이상을 방열판이 차지하지만 방열 컴파운드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주 대표는 “방열 컴파운드는 시작한 지 1~2년 밖에 안된 신사업이지만 성장성은 더 높다”며 “반도체 옵션상 적용 대상이 제한되는 히트 스프레더와 달리 열 관리가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