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디지털 옥외광고 시장 열린다…54년 만에 `진흥법`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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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1962년 제정 이후 54년 만에 규제 일변도에서 산업 진흥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다음달 시행된다. 미국 타임스스퀘어 같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창의형 디지털 옥외광고가 등장한다.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서비스가 어우러져서 새 시장을 창출한다.

◇미풍양속 보존법에 부닥친 첨단 기술

옥외광고물 관리법은 1962년 `광고물 등 단속법`으로 최초 제정된 후 규제에 초점을 맞춰 운영됐다. `아름다운 경관과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공중에 대한 위해를 방지한다(제1조)`는 설명처럼 옥외광고물 관리에 우선순위를 뒀다. 옥외광고물 대부분이 아날로그식 간판이던 시절에 우후죽순 설치되는 광고물을 단속하는 게 먼저였다.

2000년대 들어 급속한 기술 발전이 이뤄지자 상황이 바뀌었다. 통신·네트워크, 디스플레이, 콘텐츠 기술이 향상되면서 옥외광고물에 변화가 일어났다. 새로운 광고 기법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입한 창의형 옥외광고물이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타임스스퀘어(미국), 피카딜리 서커스(영국)처럼 화려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한 사업용 광고물 설치 구역이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한국은 뒤처졌다. 디지털 옥외광고물 규제가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렀다. 디지털 광고물 종류와 크기 등 허가·신고 기준이 미흡했다. 산업 진흥은 요원한 얘기였다. 신일기 인천가톨릭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는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상황은 1990년대 수준에 멈췄다”면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산업진흥법`으로 탈바꿈

정부는 디지털 옥외광고물을 활성시키기 위해 관련법을 대폭 개정했다. 법률 명칭을 옥외광고물 관리법에서 `진흥`을 추가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바꿨다. 법 목적도 기존의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에 `옥외광고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내용을 더했다. 단속·관리 일변도에서 산업 진흥으로 변모한다. 다음달 7일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시행령 개정 작업이 한창이다.

법이 시행되면 디지털 옥외광고물 시장에 대변화가 일어난다. 사업용 광고물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 국제경기나 연말연시 등 일정 기간에 조경용 광고 등을 허용하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이 운영된다. 한국판 타임스스퀘어가 기대된다.

디지털 광고물 설치 지역과 종류, 크기, 색깔, 모양, 규제 또한 대폭 완화된다. 일반·전용 주거지역과 시설보호지구 등을 제외하고는 허용을 원칙으로 한다. 주거 지역에서도 상업화가 진행된 준주거 지역은 허용 범위에 포함됐다.

벽면, 옥상, 공공시설물, 창문, 교통수단 등을 이용한 디지털 광고물이 확대된다. 현재 이들 형태로 설치된 광고물은 사실상 불법이다. 개정 법이 시행되면 합법 테두리 안에서 상업 활용이 가능하다.

창문형 디스플레이 광고물은 본격 확산된다. 편의점, 대형가전매장, 커피숍 등 프랜차이즈 업체가 개별 점포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광고를 표출한다.

개정 법은 차량을 이용한 디지털 광고물도 고정형에 한해 허용했다. 지난 총선에서 디지털 광고물 차량 유세가 많았는데 원칙에 따르면 단속 대상이었다. 앞으로는 행사장에서 차량이 디지털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행사가 끝나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 기동성과 수익성을 살릴 수 있다.

◇새로운 생태계 창출

디지털 옥외광고가 폭넓게 허용되면 경제 측면에서 상당한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국내 옥외광고 시장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개정 법이 시행되면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의 비약 성장 기반이 마련된다.

한국옥외광고센터에 따르면 법령상 디지털 옥외광고가 도입되는 전자게시대, 창문·벽면 이용 광고물 등 18종 광고 매체 관련 시장은 올해 1586억원에서 2020년 1조3507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 생산 유발 효과는 2조5656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53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같은 시점의 고용 유발 효과는 2만233명으로 예상된다.

엄창호 옥외광고센터 정책기획부장은 “디지털 옥외광고가 공식·합법화되는 계기가 마련돼 일자리와 시장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후방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중국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디스플레이와 새로운 수요처를 찾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지렛대 역할을 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 터치스크린 등이 옥외광고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도 발생한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이 창의 아이디어를 담은 광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 정체된 광고·마케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들 산업 요소가 어우러져 또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신일기 교수는 “대형화와 네트워크화 등으로 HW, SW, 콘텐츠가 패키지 형태로 묶여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면서 “주력산업인 디스플레이는 패널 단독으로 중국 저가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콘텐츠와 결합해 서비스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도 점쳐진다. 행정자치부는 하반기에 시·도지사 신청을 받아 연내 첫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구,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표시구역이 마련되면 디지털 광고물이 주변 요소와 조화를 이루는 등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된다. 첨단 기술 기반 광고매체 테스트베드라는 상징성도 얻는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옥외광고물이 지역 랜드마크가 되는 사례를 만들면 관광객을 끌어들여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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