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모터스가 한국 진출을 선언하자 온 나라가 들썩인다. 어떤 부품사가 테슬라를 잡느냐, 어떤 통신사가 서비스 제공자가 되느냐를 두고 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테슬라 관계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로 보도된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발표 직후 35만대 넘는 예약 주문이 몰렸다. 한국 소비자도 대거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신차 때문에 기존 전기자동차의 보급 차질이 우려될 정도다.
그런데 모델3 실물을 확인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테슬라를 잡으면 침체를 겪는 부품 업체가 기사회생할 수는 있을까. 테슬라는 연간 판매량이 5만대 정도다. 모델3도 출시되자마자 35만대 이상 팔린다고 장담할 수 없다. 과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열의 근원은 결핍이다. 우리 산업계의 먹거리가 그만큼 없어졌다는 뜻이다. 부품 업계의 성장을 견인하던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제조사가 해외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면서 산업 공동화 우려도 번지고 있다.
부품 업계는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전통의 기계장치인 자동차가 `바퀴 달린 IT 기기`로 변하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기존 산업 생태계의 공고한 카르텔이 두텁다. 까다로운 신뢰성을 충족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테슬라의 부상이 얼마나 반가울까. 전기차인 데다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까지 장착한다고 한다. 전기전자 부품, 텔레매틱스, 소프트웨어(SW)가 핵심 구성 요소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에도 좋다. 실제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기로 한 국내 부품사도 다수다.
테슬라 신드롬은 새 먹거리를 향한 갈망이다. 테슬라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 테슬라 같은 자율주행 전기차가 우리 업계에 기회임은 분명하다. 이제 막 시작된 자동차 전장화는 새 먹거리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상징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테슬라를 향한 열망을 건전한 열정으로 바꿔야 한다. 테슬라는 좋은 타깃이지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수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다음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테슬라 말고도 경쟁력 있는 회사가 많다. 산업계가 테슬라만 바라보고 사업을 하기보다는 하나의 지렛대로 삼아야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