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쇼핑·가맹점 마케팅 등 확정…지배구조 개편 이슈 고개
삼성카드(대표 원기찬)가 비핵심업무의 위탁 및 분사에 착수했다. 삼성카드 매각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삼성그룹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삼성카드는 일부사업 분사와 함께 희망퇴직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여행, 웨딩, 쇼핑, 가맹점 마케팅, 설계사 교육의 다섯 개 사업부문을 외주 위탁을 주거나 분사한다. 이미 가맹점 마케팅 사업과 모집인 컨설팅 사업을 외주사에 위탁했다. 여행사업 부문과 웨딩, 쇼핑 등 다른 사업 부문도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과거 채권추심 자회사를 설립하려다 실패한 삼성카드는 단기 채권(3개월 채권) 사업 분리도 추진한다. 채권 업무 인력 300여명을 국내 민간 채권추심사에 이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사 방식은 외주 전문업체 이관과 별도의 자회사 법인을 설립, 인력 전체를 이관하는 투트랙 추진 방침이 유력하다. 기존 사업 부문 임원을 분사법인 사장으로 앉히고 해당 인력 전체를 이관하는 방식이다. 분사 법인으로 이동하는 인력에게는 향후 5년 동안 급여를 70~80% 보장해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직을 원치 않는 직원 대상으로는 희망퇴직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가 사업 부문을 떼어 내는 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강화 실행 전략의 하나라는 관측도 나온다. 줄곧 부인해 온 삼성카드 매각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카드 내 사업 부분 일부 조정은 있지만 이는 그룹 차원의 삼성카드 매각과는 연관성이 없다”며 “삼성카드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조직 슬림화를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장기 차원으로는 금융 관련 계열사 재편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은 남는다.
삼성금융지주 설립 프로젝트가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보험과 달리 삼성카드 업무가 `삼성 브랜드`에 걸맞지 않다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 금융 계열사 가운데 일부를 매각해 보험 계열사 중심으로 지주화하고 그후 은행을 붙이는 안이 유력하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 사업 조정은 분사가 아닌 외주사 업무 위탁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맹점 마케팅 부문과 모집인 컨설팅 업무는 위탁이 완료됐고 웨딩과 여행 및 쇼핑은 외주 업무를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마케팅과 모집인 컨설팅 업무는 직접 수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 맞다”면서 “그 밖에 추가 위탁을 검토하고 있는 업무는 있지만 세부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분리 배경과 관련해 “카드업 본연의 체질 강화를 위한 조치”라면서 “해당 업무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업체에 위탁하면 서비스 질 향상은 물론 카드 부문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분리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희망퇴직 계획에 대해서는 “전직하는 직원에게 일정 부분 지원금을 주는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희망퇴직 계획은 일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분사 계획에 따른 직원 고용 보장과 관련, 퇴직 처우 외 임금 보전 계획은 현재까지 논의된 게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