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 아프리카 순방에서 정부가 내려 놓아야 할 것

`이란 세일즈 외교`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선다. 아프리카 방문은 취임 후 처음으로 166개 기업, 역대 두 번째 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이번 아프리카 순방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세 나라는 뚜렷한 자원 없이 모범적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들이다. 세계 6대주 5대양 중 마지막 남은 성장동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경제 신대륙으로 아프리카와 이란은 닮은 점이 많다. 일단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군인 `이미아(EMEA:이머징 유럽·중동·아프리카)`로 분류된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 경제와 다소 동떨어져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서방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올해 5.8%, 내년 6.7% 성장률이 예상된다. 중동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아프리카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후 연평균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발 의지로 연 7~8%대 고공행진 중이다. 이미 아시아 경제성장률을 일찌감치 제쳤다.

역동적인 젊은 세대들이 혁신의 주도세력으로 꼽히는 것도 비슷하다. 이란은 `청바지 세대`가, 아프리카는 `치타 세대`가 각각 기회의 땅으로 재탄생시킬 존재로 조명받고 있다.

이처럼 공통분모가 많은 지역을 비슷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연이어 방문하게 되면서 세일즈 외교가 다시 화두다. 이란만큼 아프리카에서도 수주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란의 371억달러(약 42조원) 양해각서(MOU)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계약 대부분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속 빈 강정`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수주는 많은 시간과 땀이 필요하다. 그 첫 단추는 MOU다. 협력을 약속하고 여러 단계를 밟은 후 본계약에 이른다. 남녀 사이에서 첫 만남에 결혼서약을 하지 않듯이 말이다. 상견례 수준에서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란 경제 사절단에 맹목적인 비난만을 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다만 MB정부 시절 세일즈 순방 성과라고 치켜세웠던 투자유치 사업들이 `공수표`로 확인되면서 우리는 크게 실망했다. 이란 논란은 다시 그런 경험을 되풀이 하고 싶지는 않은 `얼리 워닝`이기도 하다.

이번 아프리카 순방에 오르는 정부는 어깨가 무겁다. 논란에 서 있는 이란 성과와 비교 대상이 될 것이다. 성과가 좋으면 또 과대 포장했다고, 좋지 않으면 레임덕 얘기가 나올 것이다. 좋은 얘기를 듣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수치`에 연연하지 말자. 생산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 노력에 대한 결과는 훗날 역사로 보답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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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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