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꽃구경과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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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꽃구경을 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장·차관과 민간 전문가를 비롯한 참석자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답변이 나오지 않자 대통령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이유는 꽃이 영원하게 피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년 열두 달 피어 있다면 꽃구경을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규제 개혁도 `골든타임`이 있어서 내년에, 내후년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해외 기업이 신산업이나 신기술을 선점해 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끝입니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 달라는 주문이다.

이날 드론과 자율주행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 방안이 대거 확정됐다. 드론 창업과 관련한 규제는 사실상 철폐됐다.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은 전국 모든 도로에서 가능하게 됐다. 사물인터넷(IoT)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한 주파수 부족 문제도 일거에 해결됐다.

박 대통령 언급대로 신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은 골든타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조선, 해운을 비롯한 공급 과잉 업종의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은 산업구조 개편 양대 축이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 비해 신산업 육성만큼은 지금이라도 속도전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남은 것은 방대한 규제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민간 전문가가 주도하는 신산업투자위원회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꼭 필요한 법 개정을 위해 정치권과 끊임없는 대화와 타협이 이어져야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 등으로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 절차를 밟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 같은 사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꽃은 피어 있을 때 아름답다. 하지만 아직 꽃구경도 못했는데, 한 잎 두 잎 꽃은 지고 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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