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드라이버`로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앞두면서 온·오프라인연계(O2O) 시장에 뛰어든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사업을 접은 네이버도 O2O 사업을 다시 확장하고 있다. `포털` 진입과 수익 모델 부족으로 우후죽순 이뤄진 O2O 창업이 올해 안에 정리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수수료도 못 받는데 공룡 벤처 진입
최근 벤처창업계에는 O2O 창업을 두고 찬반양론이 불거졌다. 한쪽에서는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모바일 기업조차 제대로 된 수익 모델 없이 광고에만 의존, 인건비 부담에 적자 폭만 키운다고 지적한다. 다른 쪽에서는 서비스벤처가 초기 단계고, 시간이 지나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 와중에 한 스타트업이 최근 직원을 20% 이상 정리 해고하고 임금도 삭감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카카오가 올해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시장은 대리운전 외에도 헤어숍, 홈클린(가사도우미), 주차서비스 등이다. 네이버도 부동산, 식당 등 최근 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업을 연결하는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O2O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수수료 수익 모델을 내세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 실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진단한다. 이보다 앞서 5년 동안 창업한 O2O 기업 모두 하드웨어(HW) 투자와 인건비, 광고비 투자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 또한 지역 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수료` 논란 등을 피해 갈 수 없다.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은 거센 수수료 논란 속에서 수수료를 사실상 받지 않거나 인하했다. 수익 모델은 광고 모델에만 의존하면서 창업 초기보다 오히려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로컬비즈니스를 시작한 다음이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것처럼 최근 O2O 서비스도 그때 분위기와 사업 모델에서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겠다”면서 “O2O 창업 핵심은 인력이 하지 못하는 일을 기술로 해결하는 일인데 O2O 기업 대부분이 인력만 늘어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벤처캐피털 `광고`밖에 없는 서비스벤처 투자 꺼려
이미 벤처캐피털에서는 모바일 창업, 특히 서비스벤처에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다. 일정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이 아닌 신규 O2O 스타트업의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발간한 `국내외 스타트업 현황과 시사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외형 규모는 증가했지만 성장성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벤처기업의 경우 신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 정책자금으로부터 조달하며,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는 미미한 편이었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정밀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수는 2000년 8798개에서 2015년 3만1260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벤처기업 평균 매출액은 2010년 72억2000만원에서 2014년 71억9000만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국내 유력 벤처캐피털 대표도 “투자를 해 달라고 오는 모바일 창업 다수가 서비스벤처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용자를 모아 광고로 수익을 내겠다고 말한다”면서 “이들이 기대하는 광고 수익만 다 합쳐도 100조원인데 국내 광고시장 규모는 10조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0조원에 이르는 광고 시장에서 차지하는 디지털광고 시장은 1조원 규모다.
그는 “서비스벤처가 성장하기에는 한국 시장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모호한 규모”라면서 “이를 두고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 크기를 곧 매출로 연결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개선과 기업 간 연합으로 생존 모색
벤처투자 경색은 미국과 함께 O2O 시장이 가장 크게 성장한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벤처투자는 전 분기 대비 25% 감소했다. 중국은 전 분기 대비 45% 감소했다.
중국은 이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인수합병(M&A)되거나 지원을 받는 방법, 빠르게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아 투자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거의 정리됐다. 이 방법을 취하지 못한 기업은 연합 시도가 한창이다.
국내에서 거품 논란을 겪은 기업은 TV 광고를 대규모 줄이는 방안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또 한 기업은 규제 관련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는 식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령에 따르면 택시요금 미터는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앱 방식의 택시요금 미터기 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카카오는 기존의 미터기 대신 앱 미터기 방식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하거나 카카오페이류나 모바일결제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도록 풀어 나가고 있다.
야놀자, 요기요, 쏘카, 메쉬코리아, 스포카는 O2O연합(얼라이언스)을 구축하고 마케팅 비용 효율화 및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옐로모바일(옐로오투오), 오백볼트(500V) 등도 연합체를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숙박이나 배달 앱 등이 소모성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해외에서는 다양한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핀테크 사업자와의 연계는 물론 지역 사업자와 소비자 간 오프라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더 큰 틀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