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1분기 투자지출(CAPEX)은 780억원이다. 2011년 이후 6년 동안의 1분기 기준 최저치다. 1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한 2012년 4820억원과 비교하면 6분의 1, 최소 투자지출인 2014년(2650억원) 3분의 1 수준이다. 1분기 투자지출 급감은 주파수 경매가 4월 말~5월 초 예정돼 있어 시점을 조정한 탓도 있지만 이유의 본질은 따로 있다.
CJ헬로비전은 1분기 매출 2786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근 3년 동안의 1분기 기준 최저치다.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늘었지만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투자를 줄인 게 주된 요인이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선언한 이후 정부 인가의 첫 단계인 공정거래위원회 심사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후폭풍이다. M&A 지연이 정보통신기술(ICT)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통신과 방송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행보는 통신·방송 시장에서 기술·서비스 경쟁 실종, 이용자 후생 저하로 귀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M&A 이후 5년 동안 예정한 5조원의 투자는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CJ헬로비전과의 합병 이후 첫해에 22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던 SK브로드밴드의 계획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투자 감소는 ICT 생태계 전체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M&A 이후 투자 계획이 이행되면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 장비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보다 매출 20% 확대를 기대했지만 정부의 심사 지연으로 인한 투자 지연과 축소로 현재는 매출이 지난해 절반 이하로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정위가 장비업계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관료 출신의 모 인사는 “M&A 당사자인 기업은 정부 인가 이전에는 사실상 경영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물론 협력사를 망라한 ICT 생태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2분기에도 정부 심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1분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M&A 인가 여부를 최종 판단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사전 동의)의 의사결정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모 대학 교수는 “공정위가 차일피일 의사결정을 미루는 게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고심인지 경쟁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M&A 최종 인가 권한은 공정위가 아닌 미래부에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정위가 경쟁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입장을 정리·전달하면 된다”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신중함보다 신속함을 선택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사상 초유의 통신·방송 M&A를 지나치게 규제 시각으로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 법조인은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은 남용됐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정위를 비롯해 미래부, 방통위 등 정부가 사후 규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통신·방송사업자의 진입과 퇴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건 시장경제의 기본 메커니즘을 가로막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부연했다.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