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 주인공인 델과 EMC가 `델테크놀로지스`라는 이름으로 한식구가 됐다. IBM, HP를 넘는 초대형 IT 공룡 탄생이 가시화됐다. 기업용 솔루션 전체를 아우르면서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 2016`에서 조 투치 EMC 회장과 마이클 델 델(Dell) 회장은 통합 사명 `델테크놀로지스`를 깜짝 발표했다. 주주총회와 중국 정부 합병 승인이 마무리되는 올 연말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측된다.
델은 지난해 IT 업계 최대 규모인 670억달러(약 76조원)에 세계 스토리지 1위 기업 EMC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2010년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한 금액(74억달러)보다도 10배 이상 크다. 5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까지 감수했다. 지난 2월 유럽연합(EU)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았다. 내달 주주총회와 중국 정부 승인만 남았다.
델테크놀로지스는 델EMC(기업용 솔루션), 델(PC), 피보탈(빅데이터), VM웨어(가상화), 시큐어웍스 및 RSA(보안), 버추스트림(클라우드) 등 사업부문을 총괄한다. 가장 규모가 큰 델EMC는 델 x86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솔루션을 포함해 EMC 스토리지 사업을 맡는다. 델과 EMC는 각각 x86서버 시장과 스토리지 시장에서 2위, 1위를 달린다.
델테크놀로지스가 겨냥하는 곳은 클라우드 시장이다. 빅데이터, 모바일 등 3세대 플랫폼으로 불리는 현대 IT 환경은 클라우드가 핵심이다. 기업 환경도 클라우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다. 델테크놀로지스는 클라우드 구축을 위해 필요한 HW은 물론, 회사가 보유한 자원을 활용해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SW 및 방법론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조 투치 EMC 회장은 “수십 억 개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는 디지털 혁명을 유발한다”며 “클라우드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솔루션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차사업`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한다. x86서버시장 만년 2위인 델은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통합제품) 시장 1위인 EMC를 활용해 `서버-스토리지` 묶음 판매를 추진할 수 있다. EMC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인 고사양급 시장이 델에 취약점인 것도 기회다. EMC는 델 서버를 활용해 어플라이언스 시장을 유연하게 대응한다.
마이클 델 델 회장은 “스토리지 시장에서 EMC는 하이앤드(고사양급) 부문을, 우리(델)는 좀 더 아랫단에 위치해 겹칠 일이 없다”며 “델 서버가 EMC 플랫폼에 활용될 경우 하이퍼컨버지드 시장을 리딩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올 연말 델테크놀로지스가 공식 출범하면 IBM, HP를 넘어서는 초대형 IT 공룡이 탄생한다. 지난해 기준 델(580억달러)과 EMC(247억달러) 매출을 합하면 830억달러(94조원)에 육박한다. IBM(814억달러), HPE(530억달러)를 넘어선다.
국내에서도 통합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된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합병 승인을 받았다. 지난 2014년 기준 델코리아는 3247억원, 한국EMC는 3234억원 매출을 거뒀다. 6500억원대 IT 솔루션 업체로 덩치를 키운다.
향후 국내 사업을 어느 업체가 주도할지도 관심사다. 본사는 델이 EMC보다 두 배 이상 매출이 높다. 국내는 두 지사가 매출이 비슷하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은 한국EMC 주도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EMC는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확고한 선두를 수성해 델코리아에 비해 영향력이 크다”며 “본사에서도 한국에서는 추후 몇 년간 EMC가 오너십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