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농정, 다시 크는 농촌경제]<5>농업의 새로운 도전, 6차산업화

10여년 전 가을.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부대표는 장인의 피와 땀으로 열매를 맺은 사과가 밭떼기로 팔려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 부대표 고민은 이때 시작됐다. 30여년 동안 사과농사 외길을 걸으며 쏟아낸 장인의 피땀 어린 정성이 사과장사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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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사과와인은 와인 생산으로 그쳤다면 실패했을 가능성이 컸지만 체험·숙박 등 3차산업과 연계한 것이 자연스럽게 유통과 홍보로 이어져 성공 원동력이 됐다.

정성을 들여 재배한 농산물 가치를 농업인에게 돌아가게 하는 방법을 찾던 정 부대표는 농가에서 직접 사과를 가공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기로 했다. 그가 찾은 길은 `농업의 6차 산업화`였다. 단순히 사과만 재배해 팔던 사과 농원에 와이너리 설비를 갖추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공간을 만들었다.

과수원은 소비자가 사과를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했고 사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됐다. 8000만원에 불과하던 사과 판매액은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세 배에 가까운 2억2000만원 이상 가치로 돌아왔다. 사과생산(1차 산업)은 장인이, 와인전문가인 정제민 부대표가 와인생산과 판매(2차 산업)에 주력하고 관광 분야(3차 산업)는 정 부대표 아내가 담당한다. 각자 장점과 특기를 살린 6차 산업화로 성공을 거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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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산업화 개념

6차 산업은 농촌이 가진 농산·특산물(1차 산업)에 바탕을 두고 제조·가공(2차 산업)하고, 유통·체험·관광(3차 산업)으로 융·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가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농외소득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1960년대부터 있었다. 1960년대 농가부업단지 육성을 시작으로 1970년대 새마을공장 건설, 1980년대 농공단지 조성, 1990년대 농어촌특산단지 개발, 2000년대 농촌체험관광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개별 정책사업 차원에서 추진돼 창업에서 판매에 이르는 체계적 창업 생태계 구축에 이르지 못했고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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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농업의 6차산업화 성과확산 보고대회`를 마친 후 전시된 지역 농산물을 둘러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6차 산업화` 개념을 정립하고 뒷받침하고자 2014년 6월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각 도별로 6차 산업지원센터를 설치해 6차 산업 기반을 조성했다.

농식품부는 6차 산업을 중심으로 창업코칭에서부터 사업 활성화까지 맞춤 지원하고 농산물 종합가공센터를 30곳으로 확대했다. 6차 산업 창업자 수는 2013년 364명에서 2014년 396명, 지난해 472명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6차 산업을 추진 중인 경영체 802곳이 인증을 받았고 컨설팅·판로개척 지원으로 인증사업자 평균 매출액도 2014년 8억31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12.1% 많은 9억3100만원으로 늘어났다.

100개 로컬 푸드 직매장 안에서 6차 산업 제품 판매 비중이 20%에 이르고 인증 사업자 입점 매장도 지난해 33곳으로 늘어났다. 지역 안테나숍 18개에서 매출액이 30억원 이상 발생했다. 제주 이마트점 등 소비자 반응이 좋은 곳은 상설매장으로 전환했다. 네이버 전용관을 설치한 이후 6차 산업제품 매출액이 월 4300만원 수준에서 111% 증가한 9100만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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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현장규제도 과감하게 걷어냈다. 지난해 농산물 가공·유통시설 진입도로 확보 기준을 완화하고 농어촌 민박에 조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한편 6차산업화지구 생산관리 지역 내 음식점을 허용하기로 했다. 순창장류 6차산업화 지구는 지구 조성 후 관광시설과 연계해 장류 판매가 늘어났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와 민속마을 간 연결도로를 조성해 휴게소 이용객 방문을 유도했고 올 초에는 식당, 편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했다. 매출액과 방문객이 각각 2013년 400억원, 100만명에서 지난해 450억원, 126만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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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청양 알프스마을을 방문, 농촌체험관광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이제는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보답하고 6차 산업이 지속해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역단위 시스템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기존에 추진해 온 6차 산업 지원정책과 역량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로컬 푸드 직매장, 학교급식 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지역 유통망을 구축하고 우수제품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 전국단위는 물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6차 산업과 함께 인근 관광자원을 연계,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다양화하고 접근성을 높여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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