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청자 빠진 지상파 UHD 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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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에 지상파 UHD 본방송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습니다.” UHD 분야를 취재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UHD 본방송에 대한 우려다. 10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표준부터 재송신, TV 단말까지 아직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정부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TV 본방송을 시작한다고 자신 있게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UHD TV 단말기를 가진 이들은 내년에 시작되는 지상파TV UHD 본방송을 볼 수 없다. UHD TV 튜너로는 UHD 방송을 수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DVB-T2 방식을 이용, 시험방송을 진행해 왔다. 기존에 판매된 UHD TV에는 유럽식 DVB-T2 튜너가 내장돼 있다. ATSC 3.0 규격 튜너는 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ATSC 3.0 방송이 시작되면 시청할 수 없다. 아직 지상파TV와 가전사는 이 문제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화질 방송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고가의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만 억울한 셈이다.

UHD 방송이 시작된다 해도 볼 수 있는 시청자가 적다는 점 역시 과제다. 지상파TV 직접 수신율은 약 6%대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UHD 본방송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많은 이가 UHD방송을 보려면 유료방송이 지상파TV를 재송신해 줘야 한다.

하지만 지상파TV와 유료방송은 UHD 재송신 문제를 협의한 적이 없다. 양측은 HD방송에 대한 실시간 가입자당 재송신료(CPS) 갈등의 골이 깊어 UHD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과거 협상 기간을 고려해 봤을 때 지금이라도 UHD 재송신 논의에 들어가야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 지상파 UHD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상파 UHD 방송 도입으로 고품질 방송 콘텐츠를 국민 누구나 무료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도입 취지를 밝혔다.

현재 벌어지는 UHD 갈등 상황에 시청자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산업계는 시청자를 중심으로 UHD 산업 계획을 한 번 더 점검해 봐야 한다. 밥그릇 싸움에만 신경 써서 정녕 가장 중요한 시청자를 잊으면 안 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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