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액화석유가스(LPG)업계는 기대에 부풀었다. 보성그룹이 LPG 수입사로 등록한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LPG시장은 현재 SK가스, E1이 양분했다. 보성이 새로운 경쟁자로 나서면 LPG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LPG 충전업계는 물론 LPG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업계, 배관망을 도입한 농촌 지역까지 모두 수혜를 예상했다. 취재 과정에서 보성그룹은 “사업 진출을 공식 결정했고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달까지도 입장을 유지했다.하지만 상황은 4개월 만에 돌변했다. 보성이 수입사 등록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기 차원에서 사업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말이 유보지 당분간 수입업에 나설 가능성이 없고,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보성그룹의 LPG 수입사 등록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관계자는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이다. 사업 진출 의지가 강했고, 대외로도 이를 적극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LPG 업황이 부진하단 이유를 들었다. 일각에선 자금 압박을 이유로 거론한다. 무엇이 됐든 불과 한 달 전까지 사업 진출을 두고 공언에 가까운 자신감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성을 믿고 승선한 신규 인력의 앞날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보성그룹은 SK가스, E1 등 경쟁사와 석유화학업계 등에서 LPG 수입업 관련 임직원을 채용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노선 변경으로 이들 가운데 일부 인력은 하루아침에 무적 신세로 전락했다. 현재 잔존 인력에 대해선 5월까지 정리할 기간을 줬다는 소문도 돈다.
신사업 진출 계획은 업황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보성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초래할 손실을 막은 전략 차원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견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아마추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결정이라 하기엔 영향이 너무 넓게 퍼졌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