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이행 첫 해 결산을 앞두고 제도 개선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해 배출권이 모자란 기업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려해도 못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을 다음 달 초 개정할 예정이지만 자칫 `배출권 대란`이 닥칠수도 있다.

환경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온실가스 배출권은 톤(KAU)당 1만845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해 1월 배출권거래소 거래 첫날 가격 8640원과 비교하면 1년여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문제는 가격이 올라도 배출권을 시장에 팔겠다고 내놓는 물량이 없다는 것이다. 4월 들어 거래가 1건 이뤄졌으며, 지난달에도 겨우 2건에 그쳤다.
시장에서 배출권을 살 수 없는 상황인 데 가격이 뛰면서 오는 6월까지 2015년도 배출권거래제 이행실적을 정산해야 하는 기업의 과징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할당 받은 배출권보다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한 기업·산업체에는 시세의 세배 이하 과징금이 부과된다.
첫 해 정산기간은 다가오지만 매도물량 부족으로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자 개선 요구가 줄을잇고 있다. 먼저 기준가격(1만원)과 인상폭(10%) 제한 등을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출권거래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한 감축 수단인 만큼 배출권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배출권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라면 가격이 급등하고,가격이 오르면 매도자가 늘어나는 것이 시장논리인 데 이 구조가 형성될 수 없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체에서 확보한 배출권을 차기년도(2018~2020년)로 이월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배출권 매도물량 부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배출권을 가진 기업은 `팔지 말고 지켜보자`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출권 이월을 무한대가 아닌 일정기간으로 제한해 시장에 매도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김태선 에코시안 탄소배출권 리서치센터장은 “배출권거래제에서 가장 시급히 손질해야할 것이 가격제한과 공급물량 확대”라며 “배출권 이월제도에 기한을 정해 시장에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 참여자 제한을 풀어 플레이어를 늘리는 방안과 이행업체 위기 관리를 위한 파생상품 시장과 선물시장 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불이행 과징금을 납부하더라도 이행하지 못한 감축량을 면제해주는 것이 아니라 감축량을 차기연도에 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문제점 개선을 위해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주까지 참여업계 의견을 수렴했으며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배출권거래제 이행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 애로를 해소해주고 시장 활성화를 유도한다.

개정안에 담길 내용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와 친환경성이 입증된 집단에너지와 같은 업계 특성을 고려한 배출권 추가 할당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개선 후에도 시장에 매도 물량이 부족하면 정부 보유분 공급 등 시장안정화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정부가 일관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은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주관부처를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더라도 정책 일관성을 잃으면 안된다”며 “무조건 업체 사정만을 고려해 이미 발표한 할당량을 조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면 배출권거래제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정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연 단위로 배출권을 할당해 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할당된 배출권 가운데 남는 부분의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높은 사업장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 가운데 초과 감축량을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은 배출권을 사서 초과분을 채워야 한다. 필요한 수량을 구매하지 못하면 톤당 평균거래가의 세 배를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추이 (단위:KAU / 자료:한국거래소)>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