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한복 맵시는 세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멕시코 국기와 같은 색깔의 한복으로 준비했다는 뒷이야기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이 보다 더 좋은 문화외교가 없어 보인다. 우리 한복을 이만큼 `우아하고 명예롭게` 알리는 일도 쉽지 않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태극기를 사랑하게 되고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달리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한복을 이처럼 아름답게 외국에 보여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자랑스럽다.
그런데 멕시코에서 `아름답게만` 보인 대통령 겉모습이 속마음까지 그랬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착잡함이 앞선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에 도착하기 전 미국 워싱턴에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왕성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한국이 처한 엄중한 핵위협 상황에서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52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수장에게 북한 압박을 독려했다. 한·미, 한·미·일, 한·중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지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가 취할 역할과 자세를 분명히 했다.
올해 1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보당사국 회의 의장국을 맡아 지속적인 세계 평화 유지, 핵 위협 반대, 테러 방지 등에서 주도국 역할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이런 전체 내용은 너무나 순탄하고 약속된 듯 잘 풀렸다. 하지만 사달은 아주 작은 것에서 터졌다.
핵안보정상회의 워싱턴 코뮈니케 채택 후 마지막 정상 단체사진에서 박 대통령이 빠진 일은 실무진의 실수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치명타다. 이뿐만이 아니라 예정돼 있던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이 무산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청와대가 설명을 내놓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였다.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은 여러 수행원과 참모를 데리고 외교 일정에 들어간다. 역으로 외국에서 중요한 인사의 방문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참모와 수행원을 `대동`하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말·행동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의전이라 하며, 외교라 한다. 대한민국 국격과 지위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워싱턴에서의 `해프닝`은 해프닝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해 외교 활동을 펼친다. 헌법에도 나온다.
작은 실수로 빚어지는 외교 결례나 해프닝은 간혹 긴장된 외교가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상 간 회담 일정이 깨지고 현장에 있던 주요 일정에 불참하는 결과가 나왔다면 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사고`다. 수개월간 국가 간 조율을 마친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큰 목표의 외교도 중요하지만 국민은 때론 `한복`과 같은 작은 외교에도 감동한다. 이번 같은 `외교 사고`가 크게 보이는 이유는 국민들이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