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를 이루는 DNA에도 물리 원칙이 적용돼 있다는 가설이 나왔다.
김하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와 유제중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이하 김 교수팀)은 `이중나선 DNA가 단백질 없이도 다른 이중나선 DNA 서열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31일 밝혔다.
이중나선 DNA는 꼬이고 엉켜 염색체를 이룬다. 교과서에는 막대기 모양의 이 염색체를 얽혀있지 않은, 적당히 풀린 실타래 같은 상태로 설명하고 있다.
생물학 관점에서 유전자를 조절하는 현상은 대부분 특정 단백질 기능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을 기반으로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생물물리학자 접근은 달랐다.
김 교수는 “DNA는 원래 강한 음전하를 지녀 서로 밀쳐내는데, 이 사이에 특별한 양이온이 들어가면 마치 원자핵이 전자를 공유해 결합하듯 서로 끌어 당긴다”며 “이번 연구는 DNA 염기서열과 화학적 변형에 따라 밀고 당기는 현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 설명했다.
김 교수는 DNA와 주변에 원자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적용한 시뮬레이션과 DNA 분자 한 쌍을 나노크기의 공간에 가둬 관찰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DNA 사이에 당기는 힘은 메틸기(methyl group)의 분포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유기화학의 기본 단위로 후성유전학의 주요 인자인 메틸기가 DNA 응축을 조절한다는 발견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는 김 교수와 유 연구원 외에 2명으로 모두가 물리학자다.
김 교수는 “DNA는 오랫동안 접하고 알아왔지만 DNA가 세포핵 내에서 어떤 현상을 나타내는 지는 최근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며 “DNA를 이해해 온 오랜 이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3월 22일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