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40세 생일을 맞은 김철수씨. 주기적으로 다니던 A병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44세에 당뇨병 증세가 우려된다는 메일이다. 당뇨 예방을 위한 식단과 운동 안내가 담겨 있다. 50세에 위암 발병 가능성도 제시됐다. 김씨는 A병원에서 보내 준 식단으로 식습관을 바꿨다. 운동도 시작했다. 건강 데이터도 측정하기로 했다.
AI가 의료 환경을 바꾼다. AI가 진단을 넘어 예방의학을 실현한다. `꿈의 의학`인 정밀의학을 가능케 한다. 불특정 다수 예방이 아닌 개인 맞춤형이다.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다. 메디컬·유전체·생활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세돌 프로바둑기사와 대국을 펼친 알파고에 수많은 기보를 입력하듯 의료AI에 의료 데이터를 입력한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방대한 메디컬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 개인 생활건강 데이터가 합쳐지면, 이를 사람이 분석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의료AI다.
병원들은 앞 다퉈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병원정보시스템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외부 개인 건강데이터도 확보한다. 유전체 분석업체와 협력해 유전체 데이터를 융합한다. 양질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의료서비스를 고도화한다.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대열에 합류했다.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CDW)를 구축해 데이터를 수집, 활용한다. AI 기능을 갖춘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검토한다.
의료AI로 의료진 역할이 변화한다. 전체 의료진 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단순한 역할은 AI가 대체하지만 AI를 조정하는 의료진은 늘어난다. 의료서비스 수준 고도화를 수행한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향후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수준을 넘어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AI 오류(버그) 보완 역할이 필요하다. 알파고는 이세돌 기사와 네 번째 대국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실수를 범했다. 결국 알파고는 1200대 중앙처리장치(CPU) 지원을 실시간으로 받으면서도 이세돌 기사에게 대국을 내줬다. AI 버그가 의료 행위 중 발생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게임에서 이기고 지고 문제가 아니다.
IT업체 관계자는 “알파고 버그에서 보듯 의료AI 오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AI 버그를 의사가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보건기관과 병원 간 협력이 필요하다. 의료AI 핵심인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전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각종 데이터를 공유한다. 개인 생활건강 데이터 확보를 위해 원격의료 허용도 요구된다. 대형병원은 병원 공동 의료 빅데이터 오픈 플랫폼 구축 논의를 시작했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