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래를 준비하는가. 산업혁명 이후 처음 등장한 용어 ‘백만장자’.
이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쥔 사람들은 소비재를 생산하던 모피업자, 담배제조업자였다. 20세기 들어와 커진 경제 규모에 독과점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억만장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억만장자로 맨처음 이름을 올린 석유왕 존 록펠러를 시작으로 현재 세계 억만장자는 1800여명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대다수가 대한민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보통신(IT) 기술인이란 사실이다. 조만간 조만장자 시대도 열린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조만장자의 대열에 오르는 것일까.
미국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조만장자를 배출할 산업 후보군으로 18가지를 꼽았다. 모두 강력한 소프트웨어(SW) 파워가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 IT 분야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분야를 나열해 보면 △암호화된 화폐(Cryptocurrency)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노화 치료(Cure for Human Aging) △드론 서비스(Flying Drone Services) △기상 조절(Controlling the Weather) △즉석 수면(Instant Sleep) △시간 조절(Controlling Time) △인간 복제 또는 3D프린팅 장기(Human Cloning or 3D Printed Bodies) △로봇 도우미(Robotic Services)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게임 분야를 제외하고 IT 분야에서 억만장자 배출이 힘들던 대한민국은 다가올 미래에 이들 신기술 분야에서 조만장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다보스포럼 2016의 핵심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정보혁명으로 일컫는 ‘제4차 산업혁명’은 IoT, AI 기술로 사람과 사물을 실시간 연결해 주는 초연결사회 실현 및 기술 융합 혁명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분야의 혁신 기술이 융합돼 산업구조, 인간의 삶, 국제질서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인류가 아직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5년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일자리 가운데 70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인류사에 존재하지 않던 조만장자 출현이라는 판타지를 선사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7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충격적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공존한다.
대한민국은 조만간 우리가 마주할 가까운 미래가 오면 어디에 서 있게 될까.
몇 해 전 모 통신사 조찬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매출과 애플의 아이폰 매출을 비교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결론은 애플은 소문만 요란했지 매출 총액이나 판매 국가 수에서 삼성의 우위가 확실하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 설명을 듣는 순간 갸우뚱했다. 매출 총액에는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을 구동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같은 SW사에 지불하는 라이선스 비용이 표시돼 있지 않았다. 또 아이폰 판매와 함께 큰 매출액 구성을 이루는 앱스토어 매출이 빠져 있었다. 듣는 내내 연사에게 외면한 것인지 시각장애인처럼 미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조만장자 시대의 주인공이 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 서기 위해 SW 파워를 기르는 것은 국운이 달린 문제다. 지금 우리 SW업계는 케케묵은 SW 제값 주기, 유지보수요율 현실화,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의 그룹 IT 독과점 폐해 등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온 유령 같은 문제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묻고 싶다. 지금 누가 우리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 우리는 다가올 파괴적 혁명이 시작된다는 가까운 미래를 위해 고질적 문제를 개선할 진정성이 없는 것인가. 너무 늦기 전에 이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대의적 결단이 각 분야와 계층에 필요한 때다.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kovwa@kovwa.or.kr
김명희 (noprint@etnews.com)